Monthly Archives: January 2012

어젯밤 누군가 내 카카오톡 프로필이 ‘좋은 제품 만들기’인 것을 보고 좋은 제품이란 어떤 제품이냐고 물어왔다. 몇 가지 대답들이 떠올랐지만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나부터 쓰고 싶은 제품’, ‘내가 만들었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 ‘오래 두고 쓰고픈 제품’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오늘 내리는 눈을 골몰히 바라보다 결론을 내렸다. 내 대답은

‘누가봐도 예쁜 제품’

이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다.

프로젝트가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내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무언가를 포기하면 할수록 절실함은 더해가고 제대로 안풀리는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는 커져만 간다. 이럴수록 잘 대응해야 하는데 나의 자세가 리더가 아니라 아주 건방지고 무능력한 임원 같다.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티몬이 간다. 참 멋진 책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내가 읽으며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이들이 첨부터 IT business가 아니라 Sales business로 시작해 젊은 창업자들이 가질 수 있는 핸디캡을 강점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다. 무대포 영업과 예쁘게 사진 찍어 올리는 것은 그 누구보다 젊은이들이 가장 잘하지 않나.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 중에 개발을 모르는 문과쪽 멤버들만 모여 무슨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티몬 사례를 잘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 팀의 능력으로 충분히 해볼만한 Business domain을 찾아 집중하거나, 우리 대신 실현시켜 줄 사람을 찾아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가 되거나. 둘 다 쉽지 않지만 우선은 전자를 잘했을 때 성공 가능성이 확 올라가는 것 같다.

티몬은 둘 다 잘했다. 전자는 스스로 냉철하게 찾았고(이들은 심지어 애초에 트럭을 몰고 다니며 케밥을 파는 사업을 하려고 했었단다. 정말이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 ideation이 아닌가!), 후자는 M&A로 얻었다.(이들은 Sales business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완전한 IT busines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 데일리픽을 인수해 ‘윙버스’의 창업자들과 NHN, 네오위즈의 베테랑 멤버들을 서비스 조직에 모조리 모셔왔다. design materials과 brand identity를 만들고 관리하는 Creative center 조직을 보고 있노라면 NHN의 CMD 조직과 꼭 닮아 있다. 대한민국 IT 업계에 그런-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 조직이 관리하는- 회사가 몇개나 될까?) 여러모로 창업학 교과서에 실릴만한 모범 성공 사례라 생각한다. 이 사례의 교훈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내 능력 밖의 것들도 얻을 수 있다.”

자기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업계에 뛰어드는 일이 실로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업계 돌아가는 풍토나 그곳 소비자들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약간의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면 금세 그 업계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텃새가 있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부족한 나의 자격지심이 투영된 생각이 아닌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론 업계의 동료들에게 별로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신선한 기대감을 갖고 나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르는 업계에 뛰어든다는 불안감이나 그들이 나를 배척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그 업계에서 진심으로 결판을 볼 의지가 있는가-달리 말하면 적당히 사기치는게 아니라 누가봐도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 의지가 있는가-, 새로 하려는 일이 내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인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이 당연한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 외에 나머진 모두 부차적이고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어느 학교 후배가 자기 사업 아이템이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대뜸 중진공에 발표하러 가는데 내 이름을 고문으로 올려도 되느냐고 문자가 왔다. 나는 고민하다 답장하지 않았다.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면 다른 선배들에게도 순서가 뒤바뀐 행동을 계속할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또 속좁은 선배로 보일테니 말이다.

사실 내가 진정 해주고 싶었단 말은 이것이었다. “네가 붙을거면 내 이름을 걸지 않아도 붙을 것이고, 네가 떨어질 것이면 내 이름을 걸어도 떨어질 것이다.” 구색을 생각할 시간에 본질을 더 고민하는게 건전한 창업자로의 성장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2002년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의 모바일 채팅 로봇 서비스 ‘심심이’가 미국 앱스토어 출시 하루만에 Top10에 드는 성과를 얻었다. (엄밀히 말하면 출시 직후 이틀간은 2위, 그리고 나흘째인 지금은 3위다.) 옛날에 PC용 버전 시절부터 같은 이름으로 개발을 해왔던 것으로 아는데 정말 오랫동안 하나의 B2C 제품을 꾸준히 발전시켜온 멤버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인 경로로 광고 매출도 얼핏 들었는데 벌써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듯 하다. 얼마전엔 상표권을 놓고 대기업과 긴 소송도 벌인 것으로 아는데, 여러 풍파를 헤치고 좋은 성과를 거두는 벤처의 모습은 언제나 참 멋지다. 토종 채팅 로봇 심심이가 이 여세를 몰아 해외에서도 계속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래본다.

‘Hi there’만큼 저평가된 국내 모바일 서비스도 없을 것이다. 아직 광고 외에 이렇다할 수익모델은 붙이지 않았지만 모바일 전용 SNS로 작년말 기준 250만명의 회원을 모았고, Active user가 매우 많은 편이다. 가장 의미있는 바는 네이버의 힘을 빌려 회원을 모은 미투데이나 여타 포털 서비스와는 달리 온전히 입소문의 힘만으로 이 정도 회원을 모았다는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란 것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카톡해’와 같이 ‘하데헤’라는 말을 몇번이나 들었던 일이다. 지금 들어가봐도 회원의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다. Psynet이라고 원래 다른 일을 하던 회사가 서브 비즈니스로 한번 시작을 해본 것인데 너무 잘됐다. 서비스적 성공 요인으로는 모바일이라는 매체에 특정하여 읽고 쓰는 창구를 통합한 것, 디자인이나 용어가 투박해 오히려 Low-end 유저들에게 이질감을 주지않은 것, 그리고 SNS 성공의 핵심요인이라 할 수 있는 남여상열지사를 방조한 것 등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필한 것이라 생각한다. 트위터에는 정반대로 소수의 High-end 오피니언 리더들이 있다면 완전 반대편에 하이데어가 있고, 그 사이에 미투데이 정도가 있다고 하겠다. 하여튼 이 서비스가 이렇게 업계의 무관심을 받을 서비스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회원이 얼마 안되는데도 ‘스타트업’이라는 미명하에 트위터에서 맨날 회자되는 서비스들보다는 훨씬 투박하고 우직하지만 떳떳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해 이렇게 소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