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y 2012

일을 하다보면 경쟁자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가령 노트에 제목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을 에버노트에서 봤을 때 너무 불편해 보였는데 우리에게도 그걸 요구하는 유저들이 꽤 있고, 노트 중간 중간 사진을 넣을 수 있는 기능을 네이버 메모에서 봤을 때 왜 굳이 저렇게 했나? 했는데 우리에게도 사용자들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생각만으로 만드는 것과 사용자들에게 의견을 구해가며 만드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의견을 보내오는 유저들이 대개 헤비 유저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목소리를 100%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작 과정에서부터 그들에게 의견을 구해가며 만들면 나중에 같은 기능을 두 번 고치는 불편함은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을 몸소 실천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안좋은 상황일런지 모른다. 차라리 다같이 무식하면 단합이라도 되는데, 나 혼자 잘났다 생각하면 단합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면 아는 것을 실천할 조직적 환경이 조성될리 만무하고, 나는 계속 머리로만 아는 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부조화를 안고 살아가야 할 뿐이다. 고로 앎에는 강인한 실천이 수반되어야 하며 항상 실천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

제품을 내 수준의 눈높이에서 판단하며 만들면 그리 실력있는 사람이 아니다. 제품을 아주아주 초보적인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입장을 바꿔놓고 냉정히 바라볼 줄 알아야 진정한 실력자다. 내가 만든 기능이라도 초보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어렵다면 가차없이 빼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여기서 별로 가치있는 논의 기준이 아니다. 오로지 고민해야 할 것은 사용자가 설명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설픈 전문가는 꼭 어려운 말로 글을 쓰고, 진짜 전문가는 누구나 쏙쏙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글을 쓴다. 돈을 쓸어 담는 네이버, 다음의 서비스는 일단 쉽다. 결국 같은 이치가 아니겠는가.

나도 한참 멀었다. 솜노트를 쉽게 만들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요즘 만나는 일반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운 받아 놓기는 했는데.. 쓰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럴 때마다 뼈져리게 반성하고 또 후회한다. ‘어떻게 더 쉽게 만들어 달라는 말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방법은 항상 더 있고 부족한건 오로지 내 자신뿐이다. 아직 제품은 미완이고 발전 가능성도 농후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할지 몰라도 제작자로서 귀를 기울일 부분은 아니다. 프로로써 돈 받으며 그리 노력해 만들었는데 당연한 부분이 아닌가. 오직 귀 기울어야 할 부분은 프로인 내가 그리 노력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는 일반인-제품수용주기상 late majority라고 불리는-들의 냉혹한 평가뿐이다.

아마추어는 기준이 자신이고, 프로는 기준이 고객이다. 진짜 프로는 다시 자신으로 돌아온다. 나는 아직 고객의 생각도 100% 읽어내지 못하는걸로 보아 진짜 프로가 되기는 역시 한참이나 먼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제품 책임자가 테스트를 잠깐이라도 소홀히하게 되면, 그 제품이 시장에 나가 그동안 쌓아 놓은 이미지까지 금세 훼손하게 된다. 그러니 항시 잊지 말 것. 아무리 바쁜 시절이라도 제품 테스트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여전히 예전처럼 가슴이 뛰지만 이제는 머리로 생각할 수도 있고 스스로 좀 진정시킬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어설픈 옛날 같지는 않다.

맨날 갈등이어서는 안되겠지만, 갈등 상황을 한번쯤 겪어보는 것이 그 사람을 속속들이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사람이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도전의 결과로 때론 내가 질 때도 있지만 이길 때도 있다. 도전이라는 것이 항상 이기기만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대개 져도 가끔 이길 때가 있기 때문에 계속 하는 것이다. 그런 가끔의 승리를 위해 실패 속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자세가 나를 어느새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 오늘 어느 책에 보내준 추천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