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창업을 준비하는 똑똑한 팀이 찾아왔었다. 사업계획을 듣고 마치 내 과거를 보는 듯 짠한 마음에 집에 갈 때 이런 얘길 해줬다.

세상에 개선시킬 필요가 있는 좋은 문제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 문제로 불편을 겪는 이들의 수가 많지 않으면, 회사가 몇 년간 죽을 고비 넘기며 마침내 열쇠 얻어 마지막 문을 따고 나서 ‘아 이 모든 것이 헛수고였구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요컨대 좋은 문제 찾고 좋은 답도 찾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좋은 비즈니스를 찾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몇 년간 젊음을 쓰며 깨달은 것. 사장 본인과, 회사에 함께하는 젊은 인재들의 시간과 열정은 유한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작은 구석을 바꾸는 일에 너무 과도하게 힘을 빼는건 모두를 위해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세상엔 크게 바꿔볼만한 문제들이 여전히 많고, 창업자들과 그 동료들은 능력과 열정에 있어 비범하기 때문에 그들이 너무 작은 문제를 들고 젊음을 쏟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까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큰 문제를, 더 큰 물에서 바꾸려고 노력해 봤다면 그것이 설사 마지막에 열쇠 받아 문열고 나가지 못했다 할지라도 함께한 이들에게 더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물론 세상은 모든 작은 개선으로부터 발전해 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냥 내 후배들은 너무 사소한 문제에 낑낑거리고 고생하며 청춘을 보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희한한 일이 있었다.

몇달 전 우리가 하던 A 프로젝트에 억울하고 분통한 일이 생겨 생돈을 물어주게 되었다. 당시엔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하도 원통하여 이를 공론화시킬까도 했지만 회사와 직원들을 생각해 참을 인자 세 번 긋고 그냥 참았다. 그런데 A 프로젝트에서 뜯긴게 억울해 계획없이 뛰어든 B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A 프로젝트에서 떼인 돈의 10배 정도를 더 얻게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A 프로젝트의 실패가 없었으면, 또한 그것을 참지 않았으면 결코 B 프로젝트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사는게 참 희한하다. 무엇이 진정으로 잘못된 일이고, 무엇이 진정으로 잘된 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전에 우리가 네이버와 계약하며 위젯으로 1등이 되자, 2등 3등 하던 업체들이 서둘러 다른 먹고 살길 찾겠다고 떠났다. 그 중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일찌감치 떠난 회사가 있는데 지금은 우리 매출의 세곱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이지 무엇이 진짜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만 안다. 지금 힘들다고 좌절하지도 않을 일이고, 지금 잘나간다고 우쭐되지도 않을 일이다.

어제 사업 경력 17년의 은둔 고수를 만났다. 다시 한 번 느낀 것이지만 진짜 고수는 블로그에도 없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없고, 오직 현장에만 있다. 나부터도 SNS로 유명세 타는 것 경계해야 하고, 숨은 선배들의 시선으로 볼 때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 두 시간만에, 1년간 좋은 블로그 글 100개 읽은 것 정도의 배움을 구했다. 역시 시간과 침전은 사람을 무시무시한 존재로 만든다. show off하지 말자. show off로 뜬 자, 타인의 show off로 내려올찌니.

bias

친하던 사람이 잘되더니 변했다 하는 것도, 내가 잘 안되서 연락하지 않는다 하는 것도 나의 bias다. 내 회사가 오래되어 변하기 힘들다는 것도, 오히려 오래되어 역차별 받는다는 것도 다 나의 bias다. 사람들이 나를 빈수레라 욕한다는 것도, 눈에 띄는 성공이 없어 점차로 무시해 간다는 것도 결국 나의 bias다.

중요한 고민들은 상당부분 bias다. 많은 문제는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만들어 씌운 것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bias들로부터 깨고 나아가야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먼저 연락하고 먼저 더 낮추며.

아- 그런데 나는 소년급제가 이렇게 안좋은 것인지는 정말 몰랐다.

‘적당주의’와 중요하지 않은 일에 힘을 빼지 않는 것 사이에 적절한 위치를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예전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사람들이 100을 기대하면 200을 준비해서 150을 보여주느라 아주 진을 빼가며 했다. 거의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마다 출근해 하루종일 일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회사나 개인이나 발전도 했고 많은 좋은 사람들과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좀 지혜롭게 해도 되지 않나 싶다.

100을 기대하면 한 8-90 정도만 해도 크게 손해볼 일은 없더라. 한 4-50하는 기대 이하의 수준만 아니라면. 차라리 남는 시간에 회사로서나 개인으로서나 보다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이 변했다.

절실함과 진지함이 사무치는 밤이다. ‘운’은 누구에게나 오는데 그걸 오래도록 기다릴 수 있는가는 결국 ‘신념’의 문제라는 노정석 사장님 말씀이 계속 뇌리에 멤돈다. 여러모로 또 한 막의 큰 배움과 깨달음을 구하는 시기다 요즘은. 내가 언젠가 나의 ‘때’에 이르르려면 우선 마음을 깨끗이 하고 기본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긴 수행의 끝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한 절반 정도라도 가볼 수 있을까?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

회사가 굼떠진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회사가 가진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즉, 우리가 가진 A라는 자원을 꺼내다가 요리조리 구워 B로 바꿔 내보낼 수 있는 능력이 회사가 작고 젊을 때는 대단히 뛰어나다가도, 점점 규모가 커지고 오래되면서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A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건 확실히 아는데 그게 정확히 어느 창고에 있는지, 누가 꺼내올 수 있는지, 어떻게 가공해야 B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모든게 모호해 그냥 밖에서 A 자원을 다시 구해 오거나 아예 B 만들기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회사가 오래되면서도 굼떠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가진 자원 A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느 창고에 들어갔으며 누가 알고 있고, 어떻게 B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를 철저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지식경영을 일찌감치 기업내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힘든 오늘이 아닌 내일을 꿈꾸며 살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과거를 추억하며 산다. 생의 수행이란 ‘오늘’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더도 덜도 아닌 ‘기분 좋음’이다. – 법륜스님 말씀 정리 via 힐링캠프

선배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보다 더 겸손해야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청중들 앞에선 내용과 말투, 자세 등 모든 부분에서 대단히 세심해야 하는데 오늘 자리는 스스로에게 좀 실망스러웠다. 오늘 자리야 어쩔 수 없는 자리였지만 역시 무대에는 가급적 나서지 않을 일이다. 오래 가려면 튀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