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점에 서서.

내일은 또 생의 작은 방점 하나가 찍어지는 날이다. 매번 크고 작은 방점을 찍으며 살아오면서 어떤 의사결정은 잘한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후회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후회한 일들조차 기억에 남고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 한두달간 또 내 생에 잊지 못할 나날들이 펼쳐지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잘된 일들이 있다면 또 언젠가는 힘들어질 것이고, 힘들어지는 일이 온다면 또 언젠가 기쁜 날도 온다는 것만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어떤 방점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이리라. 나는 다만 남에게 피해주는 일 없이 최대 다수에게 옳은 방향으로 정직하게 의사결정하고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한 것이리라. 의사결정의 결과는 하늘이 내어주고 그 역시 순간의 스냅샷일뿐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자. 그저 나는 내게 주어진 순간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 내 깜냥대로, 내 그릇대로. 최선을 다해 내 나름의 방점을 찍는 것. 그것이 내가 삶에서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닌가 한다.

남다른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근데 좀 희한한게 그 경향이 위험을 감수하는 그룹이나 안정 지향형 그룹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즉, 비교적 위험 지향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도 자기들과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사는 사람은 이유없이 비난하고 헐뜯게 마련이다. 왜 그렇게 비난하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대개의 경우 다른 남을 욕해야 우리 집단과 나 자신의 상태와 행동이 정당화, 합리화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주가가 반의 반토막 났다고 저커버그 조롱하는 미국 IT 업계 사람들 중 대부분은 페이스북 실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상처 입은 자기 영혼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도 저커버그보다 많지만 그리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그래서 눈 앞에서 별거 없어 보이는 어린 애가 IPO로 떼돈 버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짜증났던 업계 사람들이 열심히 상처 입은 자존심을 치유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번에 TechCrunch 가서 저커버그에게 늘어놓는 조롱들을 보며 솔직히 실리콘밸리에 실망했다. 그들도 우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돈이 땅을 사면 스스로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열심히 비난할 구석부터 찾더라.

그러고보면 성장과 성공에 남들의 비난과 눈총은 당연한 것. 오히려 의연해지고 그들이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 성공을 거두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답이 없다고 하겠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 성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위젯 사업을 접으며.

2012년 9월 24일. 만 3년 11개월 11일을 운영해온 1등 위젯 플랫폼 위자드팩토리의 서비스를 오늘 종료했습니다. 저희로서는 솜클라우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고 오늘 자정을 기해 위젯을 모두 일몰했습니다.

지난 2006년 한국에 웹 위젯을 처음 소개한 주체로서 위자드웍스가 위젯에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지난 수년간 많은 분들께서 ‘위자드웍스 = 위젯 회사’로 알아주셨고 그 덕에 위젯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 회사는 많은 수혜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위자드웍스는 모바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고 이후 SKT, KT에 연간 50종 이상의 스마트폰 앱을 공급하는 Master Contents Provider로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다시 위젯의 시대를 열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에 처음으로 클라우드 유틸리티를 소개하고 제 2의 창업 수준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우리가 정의를 쓴 무명의 위젯이 마케팅 매체로의 성공, 포털 3사와의 계약, 대중화의 과정을 거치며 엄청난 성장을 거두고 다시 사향길에 접어드는 전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저 개인에게도 위자드웍스에게도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위젯을 띄우기 위한 몇 년 간의 사투 속에는 정말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묵묵히 서비스를 만들고 지켜온 이들의 이름을 소개하는 것으로 각자의 노력을 성공의 결실로 잇지 못한 저의 미안함을 전하고자 합니다.

강신순, 배수미, 김태열, 김혜미 (이상 현직), 최재석, 홍윤선, 배재민, 허정우, 손용선, 김장우, 진영곤, 권용희, 허수정, 송혜림, 이동규, 박현주, 이난시, 이성주, 문관영, 이은성, 오석민, 이승희, 김범섭, 조원업, 장영임, 박수아, 정자영 (이상 전직), 호그와트 마법학교 친구들, 일부 인프라를 지원한 엔씨소프트와 KTH, 그리고 정부 R&D 과제로 선정해 준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모두 고맙습니다.

위자드팩토리는 구글 통계 기준으로 지금까지 1442일 동안 4억 7,697만 명의 순방문자(UV)에게 위젯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60억 인구의 7.9%가 위자드팩토리 위젯을 한 번이라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총 55억 3,029만 회의 위젯이 서비스되었습니다.

상기 멤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총 624종의 위젯이 위자드팩토리를 통해 제공되었고, 그 사이 10종 이상의 학술논문들, 그리고 3종 이상의 사전에 소개되었습니다.

사전에까지 등장하는 서비스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이때까지 회사가 굳건히 살아남아 더 큰 꿈을 꾸게 됨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위자드웍스가 나름대로 열어제낀 위젯 시대는 이제 끝이 나지만, 마무리가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듯 위자드웍스의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더욱 멋져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위자드팩토리의 위젯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서비스로 여러분의 삶을 찾아가겠습니다.

노력해 준 멤버들, 도와주신 선배님, 선생님들. 이 경험을 밑천 삼아 머잖아 여러분의 헌신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표철민 올림

제대로 대답하기

요즘 솜노트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제대로 대답하기’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투자자를 만나든 기자를 만나든 사람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 낸다. 종종 이 질문들은 중복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의 대답이 발전해 가는만큼 그들의 질문 역시 발전해 간다. 점차로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면 금세 그들은 미처 준비되지 않은 더 깊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나를 무장해제 시키곤 한다. 그들의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일을 제대로 흘러가게 하는데 무척이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동안은 내가 준비한 대답을 내가 준비한 방식대로 그저 쏟아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건 때로는 질문에 정확히 어울리는 대답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내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답하는 것은 오히려 질문에 딱 맞지 않는 대답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더 제대로 대답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이 친구가 잘 몰라 무능하다는 반응보다는 잘못된 대답으로 열심히 항변하는 것을 더욱 답답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스킬이 있고 능력이 있지만 모든 것을 시작하는 가장 기본은 잘 듣고 잘 답하는데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혼자 말할 것을 준비했다. 질문은 대화의 형식이지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질문을 내용으로 인식하게 되니 그 대화가 훨씬 풍부해진다. 짧게 만나도 서로 오래 본 것 같다. 요새 대학생 후배들이 스펙이니 스킬이니 하는데 가장 좋은 스펙은 ‘좋은 대화상대(굿 토커가 아닌 좋은 대화상대)’이고 가잫 좋은 스킬은 상대방이 묻는 것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업 아이템 선정의 기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scalable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은 아니고, 또한 계획한 BM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좋은 제품이라 해서 반드시 좋은 상품은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비즈니스는 꼭 모든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가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정할 때 정말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전제조건. 그동안 나는 내가 재미있는 일을 골랐고, 언제부턴가 사회에 필요하나 아직 없는 것을 골랐지만 앞으로는 시장이 크고 돈이 되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접할 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뻔한 소리하네’하고, 직접 겪어본 사람은 ‘저걸 진작 이해했더라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이 되는가’의 기준도 그동안 내 회사의 현재 규모에서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내 회사가 훨씬 더 커졌을 때를 기준으로 생각할 것이다. 내 목표만큼 회사가 커질 수 있는지. 커지고 나서도 그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인지 말이다. 그걸 기준으로 삼으면 아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은 자연스레 필터링이 될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비즈니스는 전혀 아닐 수 있음을 후배들이 항상 명심하면 좋겠다. 그동안 시장과 매출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상당히 아이 같았다. 지금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러하듯이.

잡설 (1)

조직라는게 신기해서 말이지. 지금 열 명이 있단 말야. 그럼 두 중 한 둘은 꼭 말썽쟁이거나 불만투성이야. 그러다 제 풀에 못이겨 한 둘이 나가게 되거나 아님 이따금씩 내보내고 나면 그때는 잠시 ‘아 이제는 괜찮겠구나’ 한단 말야. 그럼 또 잊을만하면 별 문제 없던 사람들 중 한 둘이 다시 아주 지독한 말썽쟁이가 되거나 불만투성이가 된단 말이지. 그러므로 사장은 그냥 그 상황을 이해해야 해. 심술내고 “나가라” 하면 자기만 바보지. 결국 또 누군가 그리 될테니 말이야. 그저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한 두 사람이 최대한 나머지 모든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그냥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려보려고 나도 물론 내 딴에는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 한 두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쌓일만큼 쌓여서 변화가 어려워 보이는 존재들이기도 해. 나는 노력할수록 상처를 입곤 하지. 그래서 내가 그냥 깨닫는게 있다면 말이야. 내가 개인이라면 어떻게든 좋은 관계에 집착하는 것이 맞겠지만 적어도 작은 조직의 대표라면 말이야. 때로는 그냥 그대로의 관계를 인정하며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 나는 마음이 좀 아프지만 말이야. 열 명 중 단 한 두 사람조차 말썽쟁이나 불만쟁이로 만들지 않는 좋은 대표들은 당연히 곳곳에 존재할거야. 그러나 나는 아직 아니지. 언젠가는 나도 좋은 사람인 동시에 좋은 대표가 되는 날도 있겠지? 지금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모두가 알지만 말이야. 그 시간이 참 기다려지면서 또 한편으론 그리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고통스럽고 화가 나기도 해. 나는 왜 항상 이렇게 밖에 못하는 것인지 말이야. 그 한 두 사람까지도, 나는 정말 모두를 보듬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아직은.

어려운 시기를 대하는 제작자의 자세

솜노트가 런칭 139일(그러니까 4개월하고도 3주)만에 클라우드에 동기화된 노트수 50만개를 돌파했다.

시간적으로 볼 때 하루 평균 3,600여개씩 추가된 것이라서 그리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개발할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UX적 문제점도 몇 개 있었고, 자주 언급된 기능상의 부족함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게임을 포함해 어떤 모바일 앱도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때라는 것을 감안하면 20주간 견고한 성장률을 유지해 온 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앱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상회하던 스마트폰 초기에는 기백만 다운로드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도 100만 다운로드한 앱이 여러개 있으니 믿어도 좋다.)

그러나 그때에 비해 지금은 입소문만으로 기백만은 커녕 100만 다운로드 내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시기에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제작자의 바람직한 자세는 나는 잘 대비하며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 실망하거나 마음 졸이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열심히 제품 개선하고 꾸준하고 우직하게 달라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발 과정에선 미처 몰랐거나 그냥 지나쳤던 문제들-자주 들어오는 요구사항이나 문의사항들-에 귀 기울이며 나 자신의 무지와 오만을 뼈져리게 반성하고 천천하지만 의미있는 개선을 묵묵히 이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어떻네, 시기가 안좋네, 모바일에서는 게임밖에 안되네 하는 이야기들은 결국 다 핑계일 뿐이다.

내 제품이 정말 훌륭하다고 나도 확신하고 남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렇게 이야기해준다면 이 제품은 시장이 어떻든 간에 언젠가 제 시기를 만나 기필코 뜰 것이다.

문제는 시기가 안오는 것이 아니다. 시기는 반드시 오는데 그때 우리 제품이 온 세상의 선택을 받을만큼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은 시장이 좋지 않다거나, 고객들이 되도 않는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다거나, 제품은 좋은데 홍보가 안되서 안뜬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무지를 반성하며 제품을 발빠르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진전들을 우직하게 이뤄가다보면 언젠가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이 좋은 제품이 되어 있을 것이고, 결국은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성공하게 되면 그동안 시장 사이즈나 시기, 운 타령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쏙 들어가고 모바일도 게임 아니라 무엇이든 잘될 수 있다거나 진정한 모바일 컨텐츠 황금시대가 열렸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들리게 될 것이다.

고로 지금 중요한 것은 내 제품을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이 훌륭한 제품으로 만드는데 온 정신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뿐이다.

139일만에 입소문만으로 50만 온라인 노트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대표로서는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더 빠른 성장을 기대했던 프로-즉, 이걸 업으로 월급 받고 사는- 제작자로서는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왔을 때 사회적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남은 3개월간 나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누가 봐도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 가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