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October 2012

욕심을 좀 버리고.

지난 6년 간 회사 살리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더니 곧 나의 지분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나서 사실 좀 우울해졌다. 돈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화가 났다. 그러고는 아마 우리 회사를 거쳐간 동료중에 지금의 나와 꼭 같은 생각을 하며 화가 났던 사람들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데..’

근데 다시 잘 생각해보니 결국은 이것이 돈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가 어려워 주식이 휴짓장일 때는 잠자던 상념도, 그때는 오로지 ‘회사 살려서 직원들 지켜야지’ 뿐이던 생각도, 회사가 갑자기 잘될라치면 보상심리가 기어 올라오고 돈 욕심이 생기고 하는 것 같다. 자제하고 정도를 걸으려고 여기에 미리 써둔다. 내가 까딱하나마 욕심부렸다가는 그동안의 모든 정직한 노력들도 다 희석될 것이므로. 나는 매 순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했던 것이고 그랬기에 지금 회사 주인의 대부분이 외부인이라 할지라도 나는 인정하고 내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나니 이제 나는 돈이 아니라 다른 것들로 이 사업의 동기부여를 얻어야 함을 느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제품을 내 손으로 내놓고, 정직하게 잘 해서 좋은 평판을 쌓고, 또 우리 주주들에게 수익을 안겨다 주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이 어디서부터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랜디 코미사의 승려와 수수께끼에서 첨 본 말인데 지금의 내가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여정 자체가 곧 생애 최고의 보상이다’

동이 터오는 바다 한 가운데서.

예전엔 구축함에 레이더 달고 기껏해야 운하나 떠다녔다면, 이제는 돛단배에 연장 하나 달랑 들고 바다 한 가운데에 나온 그런 기분이다. 너무나 두렵고 외롭다. 하지만 물론 나의 돛단배가 쉽게 침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숱한 폭풍우를 정면으로 부딪히며 이곳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완수해야 할 명확한 미션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에 대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래도 남보다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대양에 구축함을 끌고 나온 이들이나 더 큰 항공모함을 몰고 나온 집단이 있다 할지라도, 내 돛단배가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할 하등의 이유는 없는 것이다. 우리 배는 휘청일지언정 계속 항해중이고, 느릴지언정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에. 그렇다고 바다에 내릴수도, 육지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다. 오로지 방법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큰 배들 사이에 깔려죽지 않는 길을 찾아 정면돌파 하는 수 밖에 없다. 의지할 사람은 우리 돛단배 안의 선원들뿐이고, 함께 대양을 헤쳐갈 사람도 오로지 그들뿐이다. 이 바다를 건너는 일은 앞으로도 당연히 험난하겠지만, 만약 우리가 보란듯이 건넌다면 구축함이나 항모 타고 온 이들보다 몇 배는 더 자랑스럽게 기억될 것이다. 돛단배의 선장인 나는 그렇게 할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 더 훌륭한 다음 항해를 준비할 것이다. 그땐 이미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한층 더 강인하고 노련한 뱃사공이 되어…

누구나 아는 비밀

응당 그때 그때 해야하는 일을 최선의 노력으로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엄청나게 앞서갈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남들을 뛰어넘거나 압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단히 다른 방식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응당 그때 그때 해야하는 일을 최선의 노력으로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엄청나게 앞서갈 수 있다. 물론 저 안에 여러 깊은 의미가 들어 있지만 그것은 사실 직접 겪으며 깨져보지 않으면 마음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이 우리가 기꺼이 사지에 나를 던져야 하는 수십 가지 이유 중의 하나.. 우리는 고민하다가 결국은 왜 스스로를 놓지 못하나.

누구나 보석은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가 남들이 별로 하지 않던 안드로이드를 일찍 시작했던 까닭에 전략을 잘 굴렸으면 아주 히트작이 될뻔한 제품이 몇개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내가 제품의 가능성을 전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별 의욕도 없었고..

시장의 방향을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키워야겠다. 상황에 매몰되어 내가 가진 자원과 가능성조차 외면해 버리면 안된다. 내가 이미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원을 살짝 가공하여 의외로 좋은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가까이서 그런 회사들을 여럿 지켜보았다. 주력 제품이 아니던 것을 때가 와서 살짝 바꿔 내준 것이 큰 히트를 친 그런 사례 말이다. 최근의 애니팡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여튼 나도 안드로이드 초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좋은 제품들을 전혀 살리지 못한데 대해 많은 후회를 한다. 물론 지금은 솜노트가 나와 선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 그때 왜 우리 제품들의 가능성을 나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새삼 든다. 앞으로는 그런 어이없는 전략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적어 둔다.

가장 빨리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제품은 이미 회사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고로 시장 변화를 잘 보면서 내 서랍장을 항상 뒤져보자. 또한 아무리 심적으로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회사는 항상 전략을 운영하고 있어야 다시 모멘텀(상승의 기회)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