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December 2012

받는 사랑 주는 사랑

살아가면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특히나 주고 받는 관계가 익숙한 사회생활 속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으로 축복 받은 것이 여러 좋은 선배들과 동료를 넘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P대표인데 내가 우울할 때나 슬플 때 힘들 때 언제든 멀리서 한 달음에 달려와 위로해주고, 내가 기쁠 때는 또 진심으로 자기 일처럼 축하하고 기뻐해주는 사람이다. 가족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심지어 나의 미래와 내 회사의 미래와 일말의 이해관계도 없는데 어쩜 저렇게 일관되게 정성을 쏟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그 대표가 오늘도 나를 위해 한바탕 힐링캠프를 벌여주었는데 그토록 한결같은 이유에 대해 주는 사랑의 기쁨이 훨씬 크다고 답을 해왔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실제에 비해 너무나 과도한 관심을 받으면서 모두로부터 받는 사랑에만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것 같다. 주는 사랑을 배워보아야겠다. 그것이 배운다고 되는 것일까마는, 일단 내가 비즈니스로는 어떨지 몰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신실한 관계를 맺기에는 어딘가 모자람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 어제까지보다는 나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러고보면 갑자기 모든 것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종종 직원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불만하곤 했는데 돌아보면 나부터 사랑을 어떻게 줄지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니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공허한 비전팔이뿐이었던 것이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인간적인 대화와 관심이었을지 모르는데. 이제부터라도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련다. 이들이 내 자식이었다면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 있겠나. 걱정되는 멤버가 있으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나에게는 아직 주는 사랑을 할 기회가 있다.

남의 옷을 입어보고

내가 나다운 것을 할 때는 오히려 모든 것이 적당히 돌아갔다. 그런데 뭘 좀 더 다르게 잘해보고 싶다고 자꾸 남의 옷을 입으려 하니 오히려 가진 것조차 잃어버린 붕뜬 한해였던 것 같다. 내년부터는 나다운 것을 더 많이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 삶에 잠시간의 여유도 두지 말아야겠다. 여유는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고, 감정의 동요는 나답지 않은 옷을 자꾸 입게 만드니 여유에 나를 놓아버리지 말아야겠다. 이 이야기는 일 얘기가 아니라 순전히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이니 오해 않았으면 좋겠다.

1등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다시 제품에 집중해야 할 때다. 한동안 홍보다 연말이다 해서 이래저래 또 신경을 못썼드랬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우리 제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멤버들이 냉정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 제품 개선의 시작일 것이다. 여전히 처음 깐 사람 중 3분의 1은 이 제품이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는 몹시 충격적이고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제품은 쉬워야 한다. 쉽지 않은 주제, 쉽지 않은 기능이더라도 이를 얼만치 쉽게 푸느냐가 제품을 잘 만드는 사람의 기준인데 그렇게 보면 네이버는 가히 그 분야의 천재다. 네이버가 만들다 만들다 이제는 개인개발자의 영역인 알람시계까지 만드는 현실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그들을 인정해야 하는건 그 100개가 넘는 모바일 앱들이 하나같이 쉽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앱보다는 처음 깔았을 때 난해한 것이 거의 없다. 이 점은 모든 PM을 비슷하게 훈련시켰거나, 디자인팀이 매우 빡센 UX 가이드를 잡아 놓았거나 또는 QA팀의 검수 기준이 너무나 엄격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답이 무엇이건 네이버의 제품들은 너무나 영특하다. 때론 애플과 구글의 UI 가이드라인쯤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는 푸시 메시지로 계속 새로 나온 앱을 추천하기도 한다. 허나 대부분의 대중들은 거기서 짜증을 느끼기보단 그냥 네이버가 일러주는 대로 새 앱을 깔아 쓴다. 네이버의 힘은 상위 10% 짜증내는 유저를 깡그리 무시하고 철저히 90% 일반 대중을 향한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에서도 푸시, 얼럿, 전면광고 등 사용자 불편 따위 싹 무시하고 다 띄우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영악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자 제품을 파는 사람의 딱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써 네이버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회사도 어느 정도는 제품의 완전무결함을 마케팅을 위해 때론 적당히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뜨지 못하는 제품이 애플 구글 UI 가이드라인에 잘 맞춰 만들었다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오히려 이론 같은거 잘 몰라도 수백만 다운로드씩 되는 본격 쌈마이 앱들이 훨씬 나은 것일 수 있다. 물론 우린 그런 쌈마이 앱이나 만들려고 모여있는게 아니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고귀한 기술적 일을 오래 하려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당연히 먼저 아니겠는가. 우리는 제품을 파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므로.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예술이 아닌.. 그러려면 일단 쓰기 쉬운 제품인가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위 3분의 1 유저들도 깔자마자 쓸 수 있을 정도로 UI/UX가 직관적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푸시, 얼럿, 레이어, 튜토리얼 등 무엇이든 넣어서 이해를 시키거나.. 하위 3분의 1 유저를 제대로 이해도 못시키면서 좋은 UI, 좋은 UX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제작자들만의 착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가 왜 신나게 푸시를 보내는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이 유저들의 불편함과 어뷰징을 모를까? 결단코 아니다. 그들에겐 수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뷰징 때매 빠져나가는 유저의 수보다 어뷰징을 함으로 인해서 서비스로 유입되는 신규 유저의 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리 하는 것이다. 나보다 사람도 많고 돈도 많은 업계 1위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업계 사람들만 보는 커뮤니티의 한 명의 비난자로 남을 것인지 실제 영향력을 갖는 시장의 성공사례가 될 것인지는 1등이 영악하게 하는 일을 보고 따라해보며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 네이버가 마케팅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깔끔하지 않은 여러 장치, 행위들은 정말이지 우리가 감히 비난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최고의 기획자, UI디자이너, UX디자이너, QA팀, 데이터 분석팀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쓸지 쥐어 짜가며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이다. 비록 그 안의 개발자들 중에는 자기 제품이 깔끔하지 않게 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을지 몰라도 결국 내가 만든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이 개발자에게도 더 보람찬 일 아니겠는가. 물론 오해하지는 마시길. 네이버 제품이 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좋든 안좋든 그걸 어떻게든 팔아먹는 저 어뷰징과 앱 추천의 교묘한 줄타기 사이에서 1등의 경륜과 노하우를 본다는 것이다. 1등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사람도 없는 우리로서는 저걸 어떻게든 배울 일이지 배척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관계

조직에서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람과의 관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음을 깨달았으니, 나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실은 별로 잘해준 것도 없으면서 무슨 용기로 착각을 했는지 반성할 일이다. 완전 무결한 리더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여러 단점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강력한 한 두 가지 때문에 함께하고픈 리더가 되고 싶다. 뒷담화를 열심히 하다가도 “그래도 저 양반 이거 하나는 정말 본받을만해” 할 수 있는. 옛날엔 엣지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회사 생존을 위한 투쟁의 시간을 너무 오래 보냈더니 비전이니 조직이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급한 불 끄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되어 나만의 엣지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그리 인상적인 CEO가 될 수도 없었고 물론.. 다시 회사가 모멘텀을 되찾고 정상적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내년부터는 나, 회사, 멤버들 모두를 위해 다시 한 두 가지를 특별히 잘하는 CEO가 되어야겠다. 아무거나 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난 1년이 너무나 짜릿했지만 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너무나 힘들었다.

대표의 역할

어디로 가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방향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찾아 적재적소에 일을 맡기고,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자원(대표적으로 돈)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일. 그것이 대표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말로 하면 이렇듯 간단한 것인데 실제로는 너무나 어렵다. 내년에는 위의 세 가지 대표의 의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여기에 적어 둔다.

그릇을 맞추려다보니

이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들이 쏟아지고, 또 한편으론 이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까지도 어떻게든 해내며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자연인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지금까지 지나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지나될 것이다. 참 어려운 자리다. 이 자리는. 물론 요즘은 누구나 비교적 쉽게 앉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 자리의 참 무게를 알면 다른데 한눈 팔 시간은 없을 것이다. 이번주에 3박 4일로 미국 전시를 다녀와서 주말에는 종일 밀린 일을 하고 새벽에 집에와 다시 인사조직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녹초가 되어 이 글을 쓴다. 내일부터는 연말까지 다시 밤새며 열심히 달려야 한다. 과연 이 노력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무능해서 이렇게 노력해도 참 오래 걸리는 것일테니 실은 정말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 나는 정말 사업할 그릇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아닌 그릇이 어떻게든 쓸만한 그릇으로 변해가려 하다보니 이토록 오래 걸리고 힘든 일들을 다 겪어야만 했으리라. 훗날 비로소 언젠가 쓸만한 그릇이 되었을 때 정작 건강을 잃게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다. 나는 내 자신을 너무 혹사했다. 내년에는 건강을 꼭 챙겨야겠다. 이 일, 해보니까 생각보다 참 오래 걸린다. 나는 한 1년쯤 하려고 시작한 회사가 어느새 8년차가 된다. 후배들도 미리미리 몸 챙기고 다른 인생의 밸런스도 잘 맞추며 살길 빈다.

정신 차려라

요새 연말이다 뭐다 해서 무슨무슨 파티가 많은데 내가 지금 그런데 나가서 사람 만나고 할 시간인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 보면 본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곁다리로 자꾸 새는 대표들이 요새 참 많은 것 같다. 회사의 본질은 좋은 제품이고 대표의 본질은 회사가 좋은 제품 갖추는데 시간 쓰는 것이지, 마케팅비 지출 없이도 어련히 시장에서 인기 끄는 제품 하나 없으면서 여기저기 초대받은 곳 다 쫓아다니며 ‘시간이 없다’ 말하는 사장은 사장을 할 자격이 없다. 정말이지 반성해야 한다. 나도 어렸을 적엔 선배들이 부르는데 안나가면 큰일 나는줄 알고 모든 모임 다 쫓아댕기느라 내 일 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와서 참 후회한다. 내가 그 시간에 내 일 해서 성공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더 오래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불려다니고 하다가 정작 내 일 못해서 어려워지니 아무도 나를 찾지 않더라. 그 시기를 지나온 뒤로는 누가 안나온다고 욕을 해도 잘 안나간다. 혹자는 그런데 나가서 인맥 쌓으면 어떻게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과유불급이다. 모임은 모임일뿐, 내가 가진 것이 30이나 기껏해야 50정도인데 인맥이 100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내게 100이나 최소한 80 정도는 있을 때 비로소 인맥의 힘이 발휘되는 것. 내가 현재 30이나 50정도 밖에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 주위에는 내가 아무리 봐도 30이나 50밖에 없는데 스스로 80이나 100정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장들은 옆에서 쓴 소리를 잘 안하니까 자기 생각이 계속 강화되어 스스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냉정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업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본질에 이르기 위해 나는 얼마나 준비되었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적어도 나는 아직 우리 회사나 제품이 100이나 80 정도엔 냉정하게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해 모임 자리는 최대한 회피하고 있다. 무슨 파티 플래닝하는 회사나 이벤트, 책, 미디어 등 인맥 자체가 비즈니스인 회사가 아니라면, 내 주위 아직 80에도 이르지 못한 사장들은 부디 함께 자중하고 제품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연말이 뭐 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