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생과의 질문 답변

아래는 회사 메일로 온 어느 중3 학생의 질문.

Q. 저는 OO중 3학년 O동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정말로 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공부를 해야할까? 내가 왜 힘들게 공부할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특성화고 즉 공고를 졸업하고 나서 빨랑 앱을 만들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답을 못하는데 두 번이나 같은 내용의 문의가 온 관계로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잠을 줄이고 답을 주게 되었다. 위의 개인정보는 OO(땡땡) 처리. 아래는 나의 답변..

A. 더 좋은 앱을 더 많은 사람이 쓰게 하기 위해서는 더 훌륭한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하는데 그 훌륭한 사람들이 나를 믿고 함께하려면 나 스스로가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일찍 세상에 뛰어들어 부딪히며 배워나갈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공부하다 뒤늦게 뛰어나온 사람이 준비없이 일찍나온 나보다 자주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곤 합니다. 고로 공부를 안하고 뛰쳐나오는 것이야 동현 학생의 자유의지이지만, 지금 당장 뛰쳐나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자기만족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냥 내 아이디어로 앱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전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내 앱이 지금 필요한 것인지를요. 전자라면 지금 당장 해도 목적 달성이 될 것이나, 후자라면 앞서 얘기했듯 나와 함께 제품을 만들 훌륭한 사람부터 먼저 찾아야 합니다. 찾아도 그들은 같이 일하자는 이들이 워낙 많을테니, 그중에서 나를 택하게 하기 위해 나는 다른 누구보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두루 신망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부터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사실 학교를 떠나도 한시도 공부를 기피해서는 안됩니다. 평생 어느 한 순간도 배움이 끝나는 날이 없으니까요. 결코 어린 친구의 사기를 꺾으려는게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똑같이 일찍 시작했던 선배로써, 동현 학생이 더 훌륭한 후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솔직한 조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마 지금은 잘 이해가 안갈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한 3년마다 다시 읽어보세요. 조금씩 느껴지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변화해왔기 때문에 약속할 수 있어요. 동현 학생은 제게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만 보아도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훌륭한 일을 해낼 것입니다. 그래도 부탁하건데, 공부 하기 싫어 앱을 만들지는 마세요. 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 전국민이 내 제품을 쓸만큼 내 능력이 쌓였다고 자신감이 들때 그때 하세요. 그리고 머지 않아서 나도 틀릴 수 있고 내 능력이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금세 깨달으세요. 그러면 이제 우리는 비로소 진짜 출발점에 겨우 서는 것입니다. 그 출발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마 저도 만날 수 있을거에요. 그날까지 행운을 빕니다. 진심으로. – 표철민 드림

비단 앱 뿐이겠는가. 나는 어릴땐 정말 몰랐다. 침전과 공부의 힘을.. 이 공부가 학교공부를 한정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IT인으로써 모든 종류의 공부는 ‘붉은 여왕 패러독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숙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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