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 DOWN

나도 아직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일하며 사는 동안 직접 목격하며 느낀 것은 지금 잘나가서 엄청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금세 사라져가고 또 새로운 사람이 등장해 엄청 잘하며 뜨는 듯 보이지만 다시 머잖아 언제 누가 있었냐는듯 사라지곤 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신기하게 지금은 이 사람이 제일 훌륭하고 적절한 대안이 없어 보이다가도 또 새로운 훌륭한 사람이 나와서 과거 대안이 없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좀 관심 받는다고 우쭐댈 필요도 없는 것이고 오만하게 날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저 크게 UP이 있지도, 크게 DOWN이 있지도 않은 수준으로 긴 세월 꾸준히 2등 또는 3등 정도 그룹에만 끼어 뛸 수 있으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잘 뛴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이어령 선생이 김정운 교수에게 “김교수, 인생에 피크 만드는 것 아니야”라고 했다던데, 그런 맥락이 아닌가 한다. 요새도 역시 훌륭한 새로운 이들이 등장해 세상의 주목을 한 눈에 받고 있거나 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주목을 받게 되었을 때 얼마나 오래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일 것이다. 그것이 곧 일시적으론 가능해도 장기적으론 숨길 수 없는 그 사람의 진짜 실력, 그리고 그 자리를 위해 얼마나 오래 준비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바보중의 바보로 살며

사업을 못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젊어서 사업을 너무 잘하는 사람도 자신감이 극에 달해 안좋은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주위를 보면 그런 경우가 더러 있는데 심지어 그 안에서 나의 5-6년전 모습을 본다. 나는 이제 그리 자신감 표출할 ‘껀덕지’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누가 나 바보라고 욕하면 그렇소 나는 바보요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다보면 그 어리고 잘하는 이들은 진짜 나를 바보로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근데 사실 나는 뭐 내세울 것이 없는 진짜 바보이니 또 뭐 할 말도 없지. 그래서 그냥 무능한 바보로 산다.

여튼 요새 느끼는 것은 다른 사람, 사물, 사건들의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모르는 이가 밖에 보이는 표면적인 것들만으로 지레 짐작하고 판단하여 이리저리 자기 생각 표출하고 다닐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피가 뜨거워서 그런가 자기나 잘하면 되지 꼭 남한테도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러 드는게 젊은데도 잘하는 이들인데, 그게 또 꼭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거 같기도 하여 여간 머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지금의 나는 쪽팔리다. 이제는 사업을 못해 쪽팔린게 아니라 무식과 무경험에도 어려서부터 누구보다 신나게 떠들고 다닌 것이 대단히 쪽팔리다. 나는 사람들이 나보다 무식하고 무능해서 말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었을 것이기에 내 메세지가 긴 시간 팔리고 수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땐 몰랐고 지금 확실히 아는 것 한가지는 나보다 잘 알고 더 많이 경험했고 충분히 깊은 울림을 가진 사람도 개중엔 듣고만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내가 난 바보요 하고 듣고만 있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상으로 자기를 숨기고 있었던 선배들과 고수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참 쪽팔리다. 뭐 역시나 어려서 그런거였다는 이유로 쿨하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제는 적어도 그걸 알게 된 이상 감히 남의 스탠스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 쉽게 떠들 수가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물론 약간 다른 측면에서 요새 내가 특정 대기업을 까는 기사에 자꾸 언급되는 것은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 메세지 내용과 수위는 온전히 내 의사라기보다는 대개 어떤 말을 하고픈 사람들이 내 캐릭터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당연히 우리 누구나 알지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누군가 필요하다니 그냥 내가 쓰이는 것 뿐이다. 여기선 지금 내가 제일 또라이 무대포 바보니까. 사실 바보로 살기 때문에 배우는 것, 얻는 것도 꽤 많다. 나는 지금은 내가 똑똑함을 흘리고 다니며 살 때 오히려 무엇을 배웠는가, 하나라도 진정 깊이있게 배운 것이 있었는가 싶다.

쪽팔리지만 어떡해.

요즘은 유능한 후배도 참 많지만, 나보다 한참 어리고 아직 이 바닥 생리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되지 않는 후배들이 ‘이 업계가 어떻고 저떻고’ 마치 다 산 사람처럼 떠드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데 또 나의 선배님들께는 지금의 나의 모습조차 실소를 금치 못하실 수 있겠다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니 아차 싶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조심해야겠다. 어려서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스스로 좀 아는 줄 알았던 것처럼, 지금 나는 좀 아는 줄 알지만 여전히 나중에보면 그냥 귀여운 꼬꼬마 정도에 불과할테니.. 그러고보면 인생이라는게 참 허망하다. 무언가를 좀 진정으로 알게 되었을 때는 젊음이나 열정이 아무래도 예전만치는 못할테고 치기만 잔뜩 어릴 때는 하는 일에 그다지 스케일이나 깊이가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결국은 자각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이가 들던 안들던 그냥 ‘지금 이순간’ 인식하는대로 마구 떠들며 사는 것이 차라리 스스로 해피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선배들을 의식하며 사는 나는 어쨌든 어제의 내가 쪽팔린만큼 오늘의 나도 왠지 나중가면 몹시 쪽팔릴 것 같다. 그래도 제목처럼 ‘쪽팔리지만 어떡해’. 어릴 때는 원래 잘 모르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