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막 생각나는 것들

# 회사에 인재 한명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요즘이다. 그간 맨날 머리로만 이해하고 누가 인재인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보인다. 그치만 아무리 전보다 잘 보여도 같이 일해보지 않고 인터뷰 과정에서만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않은 일이다. 여전히 나도 삽질하고 있고.. 그래서 같이 일해본 사람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 같이 일을 했었고 그때 인재라고 느꼈던 사람과 다시 일한다면 아무래도 바라는 바를 더 빠르게 똑똑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운 때도 맞아야 하고 하늘이 도와야 하니 그냥 내가 믿는 바를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는 정도로 해두자. 아무튼 이왕이면 기다리더라도 인재랑 일하는게 좋고 그런 조직이 건강하다. 인재가 아닌 사람들도 인재들의 행동을 보며 자극 받으므로. 그리고 스스로 잘난줄 알았던 우물안 개구리들이 겸손을 배울 수도, 더 노력할 수도 있고. 여러모로 인재 하나가 나라도 구하고 회사도 키운다.

# 회사를 오래 한 것은 무엇보다 인재를 발견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 인재로 발전시키고 인재라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 겪으며 진면모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을 충분히 겪을 수 있어 참 좋았던 것 같다. 하는 동안에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적도 참 많았지마는 견디고 나니 그래도 그 풍파를 겪으며 진짜 보석과 보석 흉내낸 모조, 완전 모조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얼마나 모조였는지도. 여전히 모조일지 모르니 너무 앞서가려 쓸데없이 오버하지 말자는 평정심과 함께.

#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고 왠지 돈도 안될거 같아서 아무도 안뛰어들고 있지만, 그걸 되게 할 수도 있을만한 인재들이 모여 될지 말지 검증할 때까지 막강한 자본을 태워줄 투자자가 있다면 이제 세상에 꿈꾸지 못할 일도 없어 보인다. 모바일로의 삶의 양상 변화(99-2000년 인터넷 시대 태동 이후 처음 있는 메가트렌드의 변화 아닐런지. 그리고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그 과정에서 아직 IT의 효율성이 미치지 못한 영역을 혁신(구매 과정 간소화, 참여자(Value chain) 간소화, 정보비대칭 감소 중 하나의 형태)하는 사업은 이제는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분야도 한번 도전해 볼만한 토양이 된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게 준비된 사람이냐 하는 것 같다. 특히 함께할 사람들에 대해서. 좋은 인재를 알고 있고 설득해 올 수 있고, 좋은 투자자를 많이 알고 있고 역시 설득해 보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인지. 큰 꿈이 좋은 인재들과 좋은 자본가들을 만날 때 진짜 멋진 사업을 일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원들은 아닐 것이므로 갈수록 해본 사람에게 유리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고로 40대의 시대이거나 30대의 시대가 오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는 사람과 믿음이 자원인 시대. 모바일도 이미 아이디어만으로 신규 진입 하기에는 그래서 너무 어려운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 나에게는 그냥 어느정도 fair하다. 특별히 유리할 것도 불리할 것도 없는 적당한 아이디어와 적당히 아는 사람들. 허나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불리하거나 굉장히 유리할 듯..

# 유불리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이 났는데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은 정말 맞는 것 같다. 업력이 쌓이고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내게도 좋은 투자처가 들리거나 투자 기회를 보는 눈 같은 것이 조금 길러지기도 하는데, 나는 종잣돈이 없으므로 그런 기회를 많이 놓치곤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면 정말 그런 기회들이 대박까진 아니어도 먼저 들어간 사람들의 자산을 크게 늘려준 경우를 많이 보았다. 최근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고.. 아무래도 그것은 친해진 사람들이 카톡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노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허구헌날 카톡방에서 대화하고 노는 멤버들이 사업도 잘하고 투자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보면 백치같은 나도 저절로 서당개 삼년의 정보 정도는 얻는 것이다. 물론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들도 당연히 있다. 맨날 차 얘기 골프 얘기 하는데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치만 그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어쨌든 언젠가 내가 자산이 좀 생겼을 때에도 좋은 기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회장들이나 아니면 하다못해 exit한 벤처 대표들의 카톡방에선 얼마나 엄청난 기회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일단 천천히 레베루 올려가며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는 것도 참 좋을 것이고, 또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유 자원을 갖추는 자격도 마땅히 필요할 것이다. 그 둘은 특별히 무엇이 먼저도 아니어서 억지로 추구하거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려서는 유명하거나 돈 잘 버는 사람들 사이에 끼면 나도 그리 되는줄 알고 열심히 노력해 끼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끼는건 사실 아무나 하는데 내가 거기 껴서 받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 그런 물적 여유나 심적인 성숙이 있느냐, 즉 철학이 있느냐.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고래들이랑 같이 놀아도 새우가 제법 그럴싸하게 자기 자리 잡아가며 살아갈만 하더라.

# 누가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더라, 누가 잘나간다더라 하는 집 중에 지나가다 만나거나 통화해 보았을 때 고민이 없는 집이 없다. 멤버 하나와 멤버간, 대표와의 갈등이 있는 것은 그냥 뻔한 일상다반사이고, 누구는 소송에 협박을 당했니, 누구는 경쟁사들의 집요한 견제를 받니, 누구는 여론 심판을 받니 아주 고민도 가지 각색이다. 그러니 미디어에 나온 모습만 보고 스타트업에 대해 우리의 찌질하고 가난한 모습과 비교해 요즘 잘나가는 회사들을 특별히 부러워하거나 그들이 하는 방식에 억지로 우리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1억짜리 스타트업이 가진 고민은 1조짜리 스타트업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오히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고민의 양과 크기는 더 엄청나진다. 지금을 즐기고 남들과 비교해 스스로 엔진 추진력을 잃지 않기를 빈다. 모두가 전력질주로 한 템포 뛰면 다음 라운드가 열린다. 그때도 또 전력질주 해야하지만 그러면 다음 라운드를 또 열 수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지금 부러워하는 일들이 나에게도 열리고 누군가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 이야기를 보며 또 꿈을 키우거나 자괴감에 빠진다. 벤처 태동 후 20년간 지극히 반복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을 보지 말고 이 시장에 길게 아주 길게 참여하며 패턴을 보기를 바란다. 패턴을 보고 있으면 투자를 수십억 받아도 1~2년 내 망하는 회사도 잔뜩 보이고, 잘나간다고 인터뷰하던 수많은 사람들도 다 어디 가있는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패턴을 보면 남들의 개별 사건에 별로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모든 사업에는 원래 피크가 있고, 당연히 하강기와 쇠퇴기도 있다. 지금 멋진 개별 사건을 보이는 회사들은 단지 지금 피크에 있는 것 뿐이다. 누구에게나 피크가 온다. 하강기나 쇠퇴기도 당연히 오기 때문에 얼마나 자주 다시 올라가 작은 피크를 만들 수 있느냐도 실력일 것이다. 훌륭한 한방의 피크가 아니라 피크 상태의 지속과 작은 피크를 반복적으로 다시 보여주는 것이 곧 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일 것이다.

# 그냥 막 생각나는 것들을 일기처럼 쓰다보니 제목 달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 제목도 ‘그냥 막 생각나는 것들’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문단이 너무 길어 모바일에서 읽기 불편하다고 끊어달라 했었는데 그걸 잘 못지키고 있다. 그래도 여기는 내가 그냥 생각 남기기 편하자고 글 쓰는 곳이므로 몇 안되는 독자들이나마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인사이트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흔치 않은 인터뷰 중.

“협상가는 우선 상대방에게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백전백패한다. 때로 속마음과 180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상대가 상상할 수 없는 카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내가 많이 알아야 한다. 관료들만 해도 장관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딱 그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곤 한다.”

“수나라를 물리쳤던 고구려의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 강대국에 의존해 오면서 없어져 버린 것이다. 자주적인 역량을 키우며 살아야 한다. 역사적 교훈이 있다. 김옥균은 시대적 통찰력은 있었으나 정치력이 없었다. 대원군은 정치력은 있었지만 위대한 뜻이 없었다. 전봉준은 위대한 뜻과 힘은 있었지만 시대적 통찰력이 없었다.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고 패권국가들이 동북아지역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거시 미시 차원에서 모두 파악한 다음, 우리 민족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개방의 판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의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해야 할까?

인터뷰이도 좋지만 인터뷰이의 메세지를 잘 포착해 글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인터뷰어의 몫이다.

훌륭한 인터뷰어가 정리한 훌륭한 인터뷰이의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킵..

오래가는 제작자가 되기 위한 방법

서비스 제작의 8할은 센스다. 센스는 견문에서 나온다. 직접 많이 보고, 느끼고, 써보고, 겪어봐야 는다. 맨날 자기 제품만 보지 말고 끊임없이 남의 제품을 직접 써보고 캡처하고 메모해야 한다.

잘된 제품이 쓴 표현, 색감, 마케팅, 아키텍처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따라해보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톡의 공지를 똑같이 써보고, BAND나 아프리카TV의 푸시 팝업 문구를 그대로 카피해보고 게임들의 재방문 유도 장치들을 분석해봐야 느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 쓰고 있는 표현, 단어, 맞춤법, 이모티콘, 그들이 하고 있는 운영 방식, 유통 채널, 사용하는 통계 툴까지도. 바로 그것들이 사용자에게 낯선 제품이나 기능을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와 방법으로 떠먹여 줄 수 있는 좋은 센스인 것이다.

센스는 또한 융통성이기도 하다. 좋은 사례들로 만든 기준 위에 상황에 따라 적절한 variation을 주는 것이다. 제품을 쓰는 사람이 더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그런 융통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자신감이다. 자신이 없으면 자꾸 매뉴얼만 고수하게 된다. 자신감은 타인이 아닌 내 경험에서 나오고 그 경험은 시도와 실패, 반복과 개선에서 나온다.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개선도 없다. 따라서 모든 센스의 시작은 나만의 시도와 철저한 실패다.

제작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실패와 책임을 두려워하면 발전의 여지는 없다. 자기가 하는 행동, 업무 방식과 패턴, 일의 순서, 의사결정, 이렇게 설계한 이유, 글을 이렇게 쓴 이유, 도표를 저렇게 만든 이유까지도 모든 것에는 개선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왜냐면 우리 모두는 부족한 바보이고 절대로 영원히 완벽해질 수 없으니까.

그런데 자기 실패를 100% 빠르게 인정하고 개선하려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더 나은 센스는 얻을 수 없다. 센스는 제작자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욱 더 중요해지는 덕목이다. 언제까지고 ppt 만들고 mock-up 그리고 이벤트 배너 만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제작자가 나이들어 갈수록 실무 빠르고 감각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 넘기고 더 큰 일을 해야 한다. ppt가 아니라 사업을 짜고 일주일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영속할만한 BM을 봐야 한다.

트렌드는 맨날 바뀐다. 우리는 COC 하며 개이득 외치는 고딩 친구들에게 앱이나 게임을 사라고 설득해야 한다. 내년엔 허니버터칩이 아니라 무엇이 히트할지, 이케아가 아니라 또 어디가 우리를 이끌지 모른다.

30대가 된 제작자들, 그리고 곧 더 뒷방 신세가 될 이른바 PC 시대 제작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매년 바뀌는 히트상품이나 유행어를 그저 아는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상품이나 유행이 오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센스를 기르는 것이다. 센스란 나에게 최신 고딩 유행어를 알려줄 정보원이 있어서 그저 아는 척, 젊은 척 어울릴 수 있는 단순한 처세나 스킬 같은 것이 아니다.

센스는 ‘경향을 볼 줄 아는 눈’이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패턴을 꾸준히 느끼고 있다면 미래를 예측까진 못해도 새로 만난 무엇가에 소스라치게 놀랄 일은 없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은 기울기의 차이가 있으되 지극히 선형적이어서 계속 관찰해 왔다면 무엇이든 이해 가능하고 다음 스텝 또한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패턴에 대한 센스만 있다면 5년, 10년이 아니라 평생 죽을 때까지 훌륭한 제작자 노릇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IT인의 직업적 생명이 짧다고 하지만 나는 이것이 작은 일만 똑같이 반복하다 그 센스를 기르지 못하고 어느새 실행력 넘치는 20대 후배들한테 밀려 점점 퇴물이 되어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행력이 아니라 경륜을 살려 선배들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오래 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더 큰 것들이 있다. 사람이 경륜에 맞는 일을 해야 더 오래 스스로 가치있다 느끼며 일할 수 있다.

패턴을 바탕으로 과거엔 이런 일이 있었고 다른 제작자들은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해왔고 그게 요즘엔 어떻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다 하는 자신만의 DB와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이냐? 시작은 최전선 실무자로서의 과감한 시도와 명백한 실패다. 경륜이 경력과 같다고 요만큼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IT 기업에서 오래 일했다고 경력은 쌓일지 몰라도 경륜까지 절로 쌓이진 않는다. 경륜은 자기가 100% 책임지고 의사결정한 시도와 그렇게 받아든 처절한 성적표들의 총합이다. 20대도 경륜을 잔뜩 쌓을 수 있고 40대가 되도 경력만 수두룩할 수 있다.

더 오래가는 사람은 당연히 경륜을 바탕으로 패턴을 이해한 사람이고 자기 사례를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센스 넘치는 제작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진짜 선수의 기준

회사가 동시에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어디서든 구멍 안내고 성공하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진짜 선수들이 필요하다.

전문성과 근성은 제작자의 기본이겠지만 여기서 진짜 선수냐 초짜냐를 가르는 기준은 첫째 내가 일 처리하는 과정을 팀 전체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느냐와 둘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느냐인 것 같다.

자신감이 없을 때 흔히 CC나 BCC가 잔뜩 걸려있는 메일에 개인적으로 회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다른 관계자들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큰 방해를 하는 것이다. 자기 일 처리 방법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자신없어 하다가 더 큰 것을 놓치게 된다. 회사 일은 완전히 투명해야 한다. 지겨울 정도로 CC, BCC를 많이 쓰는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서로 신뢰하는 조직의 전제는 전사적으로 심할 정도의 over-communication이다.

또 흔히 일을 하다보면 내 관심이 더 가는게 있고 아닌게 있어서 관심가는 일 하다가 덜 가는 일 처리를 잊거나 아주 늦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경우다. 회사를 자아실현의 장소로 쓰려는 사람에겐 응당 그럴만한 자격이 필요하다. 그 자격은 다른게 아니라 어떤 일을 맡겨도 빵꾸나거나 늦어지지 않는다는 팀의 강력한 신뢰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게 맡겨진 일이 늦어지거나 구멍나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떠한 큰 일도 맡길 수가 없다. 그러다보면 내가 하고 싶던 일까지 날아가 버린다. 진짜 선수는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동일한 신뢰 수준에서 마크해야 한다.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일을 맡지 않거나 말이다.

멀티태스킹도 그럴 자격이 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여러 사업을 하는 조직의 핵심은 팀내 누구에게 일을 맡겨도 절대 빵꾸나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깨버리면 절대로 안된다 절대로. 밤을 새든 주말에 나오든 나로 인해 타 멤버와 파트너사의 일정이 지연되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런 내가 일하는 과정은 잘하든 못하든 모든 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잘못하는건 지적받아 발전하고 잘하는건 인정받아 신뢰를 더 쌓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혼자서만 일하는건 회사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주어진 일 못하며 하고 싶은 일만 쫓는건 동아리 학생과 같은 일이다.

제작사에서 일한다고 다 진짜 선수는 아니다. 비인기 제품 맡았다고 초짜인 것도 아니다. 나에 대한 평가와 신뢰, 그리고 기회는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지금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믿음

일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글을 쓴다는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걸 느낀다. 내가 지금 아는 것이 다가 아니고, 머릿속에 떠오른 느낌과 배움이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날아가는 여러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아니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은 경험하지 아니한 것과 같게 된다. 고로 그때그때의 생각은 편협하게나마 기록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을 믿는다는 것 또한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믿어보지 않으면 믿음의 결과를 보지 못한다. 결과가 실패일까 두려워 그저 망설이다 끝낸다면 아무것도 배우거나 얻지 못하는 것이다.

설사 잘 안되더라도 내 믿음의 촉을 더 기를 좋은 기회도 놓치고, 내가 믿으면 나에게도 믿음 주었을 사람을 찾는 기회도 놓치며 또한 믿음의 결과로 모두가 성공할 기회조차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무엇이든 배우고 나아가기 위해 기록을 남기듯이 무엇이든 배우고 나아가기 위해 사람을 믿는다.

믿음은 기쁨을 주는만큼 때때로 우리에게 상처도 주지만, 그것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고 반복되다보면 전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하는 안목을 길러준다.

따라서 믿음과 상처는 친구고 고통과 배움은 성장의 필수요소다.

고로 나는 믿기로 했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었지만, 그럼으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면 아무런 진전도 이룰 수 없다.

나는 전보다 더 열렬히 믿기로 했다. 그동안 성장했다면 나는 분명 더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을 것이고, 그들을 완전히 믿는 것이야말로 조금은 느릴 수 있을지언정 모두가 다같이 바른 길로 향하는 더 견고한 조직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낡았지만 노련한 위자드호를 타고.

내가 요새 어떤 느낌이냐면 난파 수준의 배를 타고 폭풍우 쏟아지는 바다를 건너는 느낌이다. 배가 아주 낡았어도 이제는 꽤 노련하고 처음 맞는 나쁜 상황쯤은 어느정도 즐길 수 있을 정도도 되었다.

어제는 예상치 못한 일로 5천 남짓한 돈을 갑자기 잃게 생겼는데 이제는 그런 억울한 순간에도 오히려 정신 단단히 차리고 배 몰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게 됐다.

요리조리 방향타 잘 돌리고 균형 잡으며 앞으로 전진하지 않으면 우리 배는 침몰한다. 그 일이 당장 내일이라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 일이 터져도 오로지 전진에만 집중해야 한다.

집채만한 파도가 와도, 배에 구멍이 숭숭 뚫려도 잘 전진해 이곳을 빠져나가면 우리는 생존할 것이고 또 전열을 가다듬어 계속 항해할 채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이 블랙펄과도 같은 어마무시한 위자드라는 배를 운항할 수 있는 선장이어서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른다. 우리는 매번 배를 살리고 다음 서비스로 새 모멘텀을 만들지만, 거꾸로 그런 배에 타고 있어 우리도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여 앞으로도 처음 만나는 어떠한 두려운 순간이 내 앞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이 일을 시작한데 대해, 위자드를 8년 넘게 이끌어온데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다. 내가 또 이겨내면 그것은 나만의 자산이자 아무나 들려줄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리라.

아쉬움은 버리고, 모색할건 미래뿐.

왜 항상 업데이트를 하고나면 그제서야 더 챙겼어야 하는 부분이 떠오르곤 하는 것일까? 오늘도 업데이트를 했는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 하나 떠올랐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자주 업데이트하는걸 싫어해서 기본적으로는 2주,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때 1주, 그리고 긴급한 버그가 있을 때에만 즉시라는 정책을 세워두고 우리는 일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계획된 업데이트까지는 2주 가량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사람들이 광고 때문에 많이 떠나가지는 않으려나 걱정이다. 차라리 광고 노출수나 빈도를 줄이면 상대적으로 클릭율이 높아져 수익엔 별 차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노출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초보적이고 반사적인 두려움으로, 나 포함 우리팀 모두가 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쉬움 없는 업데이트가 얼마나 자주 있었단 말인가. 어찌보면 나의 과욕이고 과민일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일 가지고 너무 고민하면 발전도 없고 소중한 다음 기회도 놓칠 수 있을 것이다. 정녕 마지막이라 생각한 상황에서도 세상은 우리가 몰랐던 다음 기회를 어떻게든 마련해 주지만, 이미 지나간 일에 미련갖고 아등바등하고 있으면 나에게 한두번의 기회가 더 생긴지도 모르고 그저 후회만 하다 정말 끝나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늦은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기회를 모색해야 하며, 나에게 남은게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방법을 찾고 실행으로 옮겨봐야 하는 것이다. 자기가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게임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남에 의해, 상황 때문에 내 판이 허무하게 끝날거였으면 애초부터 시작할 자격도 없었을 것이다.

고로 우리는 오늘도 충분히 잘했다. 남들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팀과 개인이 그간 갈고 닦은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 최적 의사결정의 합으로 하루를 마쳤다. 언제나 아쉬움은 있으되 절망은 없다. 매일이 두렵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모색과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항상 열리고 내가 걱정한 ‘마지막 기회’는 거짓말처럼 더 이상 마지막 기회가 아닌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