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없기를

어제 오랜만에 후배들을 향한 글을 하나 썼는데, 그걸로 인해 누가 뭐라한 것도 아닌데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어떤 글을 쓰면, 많은 가까운 사람들이 그 글의 주인공을 마치 자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게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상처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는 서로 자기 얘기로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일절 다루지 말아야 하겠다. 그동안 개인 블로그 공간에 편하게 감정, 생각, 배움들을 기록한다는 느낌으로 써온 것인데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고 오해했을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오해할 수 있는 글은 가급적 쓰지 않기로 다짐한다.

오늘의 배움

#1. 최소한의 시간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려면 지금 내게 주어진 문제를 똑바로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최근 감으로 대강 이해하고 진행한 일이 있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놓고 참패했다. 돌아보면 옛날 내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때의 비결은 내게 문제를 준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에 서서 한참 생각한 후에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2. 오늘 조선일보 위클리비즈를 보니 잘못된 전략이라도 전략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한다. 무전략 = 무계획이라는 말일테다. 올해는 목적이 있고 목표가 있고 계획과 전략이 있어야하겠다. 오랜시간 눈 앞의 과제만 죽기 살기로 풀어 왔다.

#3. 회사는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도 사이클이 돌고 돈다. 외부 시장 환경의 변화, 내부 조직의 변화, 기업문화의 병폐 등 무슨 일로든 가만히 예쁜 모습을 몇년씩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는 없다. 그런데 그 예쁜 모습이라는 것이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금방 망가진다. 언제고 한번이라도 이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락 추세의 급습은 전면적이다. 상승 추세에 계속 더 불을 지피는건 작은 나뭇가지나 신문지 정도만 있으면 되지만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기름이나 번개탄 같이 더 심각한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회사는 어떻게든 추세를 음의 방향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사서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닥불을 꺼뜨리면 다시 지피기까지 힘이 드는 것처럼.. 대내외적으로 회사가 음의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사장은 흔한 나뭇가지면 될 것을 이제는 기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장들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우리 회사의 예쁨은 결국엔 변한다. 다른 예쁜 것이 나와서이기도 하고 오래 듣고보다보니 예전엔 예쁘던 것이 그저 그래 보여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더 예쁜걸 찾고 새로운 회사는 계속 나온다. 결국 예쁨은 순간이기 때문에 그다지 부러워할 것도, 따라할 것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건강한 본질일테니 쓸데없는 회사 이미지에 과도한 힘을 빼지 않고 그저 남들 하는만큼만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과 머리는 업의 본질을 완성하는 데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나의 위치

20대 초반에는 IT 업계의 유명인사들을 내 눈으로 보는 것조차 엄청난 일로 여겼고, 이후 일을 시작하고 기사로만 보던 분들을 한분 한분 알게될 때 너무나 신기했다. 이젠 오랜 시간이 지나 업계에 별로 못뵌 분이 없고, 보고자 하면 어떻게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서점에 들르면 가까운 동료들과 선배들의 책이 인문 처세 기술 교양할 것 없이 곳곳에 놓여 있어 반갑기도 하고, TV를 켜면 아는 얼굴들이 점점 많아진다. 또 예전 같으면 접근도 어려웠을 분들과 이따금씩 우정을 나눌 기회도 생기곤 한다.

스물둘에 뭣도 모르고 회사를 세운 이후 나의 시간은 그대로 멈춘듯한 느낌을 받아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매일같이 서비스 만들고 회의하고 사람 만나고 그러며 익숙하게 살고 있는데 그 사이 나의 학교 선후배 동기들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벌써 애가 걸어다닌다. 내 신상엔 변한 것이 없고 하는 일도 달라진게 없지만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을 나는 그들의 변한 삶을 보며 문득 느끼곤 한다.

그거 외에는 특별히 시간의 흐름이나 삶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가끔 서점에 들러 아는 저자들이 많아지는 경험을 할 때나, TV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내가 편하게 술을 기울이는 상대가 누군가는 동경하는 대상들임을 느낄 때. 그럴 때 나도 스물둘의 부실한 학생 때보다야 조금은 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고, IT 업계를 넘어 사회 각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연을 맺었으며 일을 시작할 때는 꿈도 못꿀만큼 새롭고 멋진 일들을 경험했다. 돈주고도 못살 기가 막힌 경험들이었다. 물론 몸은 축나고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럽고 외로운 구간을 지나곤 했지만 그래도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지가 지금의 딱 나의 수준이라고 할 때 나는 많은 아쉬움 속에서도 그럭저럭 행복하게 잘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딱히 부러운 사람도 없어 지금의 모든 바램은 이제 밖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향한다. 나의 부족함이 조금 더 줄어들길 바라고 나의 이상이 좀 더 커지길 바라며 나의 오늘이 좀 더 생생해지기를 바란다. 나의 생각의 틀이 좀 더 공고해지길 바라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나를 향한 많은 걱정과 우려와 비난, 가십과 이야기거리, 응원과 사랑, 기대 그 모든 것들도 나를 구성하는 일부로서 껴안고 긴 인생의 가장 뜨거운 구간인 앞으로의 30년 동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한 일, 세상을 진일보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는 일을 별 눈치 안보고 저돌적으로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내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한 회사를 오래 끌어온 것이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지게 되는 이유가 되었지만 이 역시 경험이고 배움이기에 내가 짊어지게 된 더 큰 책임조차 온전히 내가 헤쳐가야할 내 것이리라.

그 사이 지금보다 더한 up & down이 있겠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신뢰와 믿음, 어려울 때 와서 힘이 되는 말과 국밥 한 그릇 사주는 사람들, 사랑을 주는 가족과 도움을 주는 선배들, 도전의 결과와 단 하나라도 진전되고 있다는 노력의 결과.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앞으로의 30년도 충분히 멋진 시간일 것이다.

계속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친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시간에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본질 역시도 건강한 성장을 이루길 바란다. 내가 작게나마 떳떳한 본질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어떻게 성장해왔고 건강한 본질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운이나 요행이 아니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과정을 거치기를 바란다. 그 과정이 고통이더라도 내가 이해하여 후배들에게 생생히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발전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더 큰 실패와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응당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직은 부족함을 넘어서 아예 별로이고, 훌륭한 젊은 벤처인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조차 부끄러운 까닭이다.

자성

오늘 결혼식이 있어서 젊은 벤처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다들 참 멋지더라. 나야 어려서부터 해온 시간의 총량으로 거기 끼어 있는 것이지 그네들의 노력의 밀도에 비하면 나의 오늘날은 부끄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참 어디서 저렇게들 멋진 청년 기업가들이 나왔는지 이대로 잘만 성장한다면 한 20년쯤 뒤에는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인물들도 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그리고 시간의 총량으로 ‘아직까지는’ 껴있는 나같은 사람은 그네들의 박식함과 노력 앞에 반성하고 이대로는 머잖아 그들 사이에 낄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나중에 가서 후회 말고 지금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고민은 깊게 실행은 빠르게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지 한참 되었는데 전보다 실행으로 옮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마 무대포로 저지르기보다 신중한 고민이 더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이겠지만 나답지 않게 과도하게 신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보면 나와 회사를 계속 살아 숨쉬게 한 원동력이 그 추진력 때문이 아니었는가 싶은데 내가 그간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상당히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생각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뛰어드는 것보다는 다각도에서 깊이 고민하는 것이 좋겠지마는 적어도 실행만큼은 예전의 속도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고민이 늘어지면서 실행의 속도도 함께 늘어지는 것을 느낀다.

계속 웃고 만나고 떠들자

잠이 안와 뒤척이다 핸드폰 사진을 들추어보니 올 한 해도 참 많이 웃고 사랑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먹고 마시며 살았구나 싶다. 참 하루하루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올해에도 어김없이 웃을 날은 있었고 기쁜 날도 분명히 있었다. 침전하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이 어디가 있으랴. 언제나 승승장구 하기만 하는 회사도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모두가 나를 내리려고 합심하여 혈안이 된 것 같았던 올해에도 어쨌건 웃고 사람 만나고 떠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나에게 성공한 선배가 훨씬 더 많아야 했으리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오늘만 살 것처럼 최선을 다하자.

사랑을 시작할 때

내가 무슨 그렇게 대단한 자격이 있다고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하고 하여 조금이라도 아닌 구석이 있으면 금세 끊어버리고 했던 것 같다. 최적은 없는지도 모르는데 최적을 찾기 위해 한두가지만 빼면 완벽한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을 현실 속 행복을 걷어차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조금 더 오만한 물이 빠져야 쓸만해질 것이다. 다시 모든 것을 스물둘의 불안했던 처음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좋으리라.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 부족한 구석이 보이면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나는 부족한 것이 없는가’ 자문하는 것이 옳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