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해하면서도 해줄 수 없는 일들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나도 살기 위해 제품을 훼손하고 무리하게 광고를 붙였다. 돈은 벌리는데 담당 PM은 광고를 즉각 떼야한다는 읍소를 해왔다. 그게 어떤 심정일런지 너무나 잘 이해하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린다. 내가 그였어도 똑같이 그리 했을 것이다. 나에게 아직까지도 두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는 이대로 두어 사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감내하고 빡세게 돈을 벌어 빚을 갚고 다시 살아 남을 것이냐, 둘째는 돈을 포기하고 사용자를 들고 투자를 받으러 다닐 것이냐. 후자는 리스키하다. 투자 유치는 돈이 어느정도 있을 때 다녀야 우리에게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이고,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만약 정작 성사가 안되어도 나에게 플랜 B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을 더 써서 돈은 더 없을 것이다. 성패의 주도권이 외부 요인에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고로 안전한 안은 첫번째다.

이것은 내가 안전지향적이 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미래에 베팅하는 두번째의 선택을 여러차례 하며 달려왔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된다며 나의 안전장치가 발동한 까닭이다. 끊임없는 도전이란 무모하게 안될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게 안됐을 때 바로 다음 도전을 할 최소한의 자원은 남겨놓는 것이다. 그러다 그게 어느 임계점 이하로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안전장치가 작동한다. 지금은 나에게 딱 그런 시기인 것이다.

유저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보다 직원들의 일터를 지켜야만 하는, 주주들의 믿음을 견지해야 하는 그런 시기. 그러다보니 첫번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내가 슬프다. 내가 그동안 더 잘해서 계획만 가지고도 수십억 우습게 투자 받는 사람이었더라면 우린 고민없이 둘째안을 택하고 지금 더 큰 꿈을 꾸고 있으리라.

아마 우리 PM도 내 입장의 상황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가 그 제품의 PM이기 때문에 당연히 항변할 수밖에 없음을 100% 이해하고 철저히 공감한다. 그러기에 선배로서 뜻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지 못하는 점이 몹시 서글프다. 나는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한걸까? 그냥 즐거운 사업놀이를 한걸까? 제작자로써 제품에 광고를 덕지덕지 넣어 훼손한 것보다 후배에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볼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창업을 그냥 재미나 경험으로 해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인 것 같다. 좋은 문제를 찾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십수년을 쉬지 않고 일해도 계속 똑같은 서러움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도 그 굴레에서 딱 한번만이라도 벗어나보기 위해 여전히 이 수행같은 투쟁을 계속 하고 있다.

3 thoughts on “다 이해하면서도 해줄 수 없는 일들

  1. Yoon JeongEun

    저는 2년차 기획자입니다. 저희 팀은 모바일 광고의 클릭률을 높이는 것이 KPI이다 보니, 비록 사용성을 해치더라도, 광고는 무조건 넣어야 해요. 처음에는 그런 환경이 불만이었죠. 나름 학부에서 UX를 공부했고, 제겐 사용자가 제일 중요했으니까요^^; 지금은 조직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고, 최대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불편없이 쓸 수 있도록 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광고도 서비스와 자연스럽게 공생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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