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우리를 피해가지 않는 길

최근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오랫동안 바래왔던 사업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놓쳐 버렸다.

만나서 이렇다할 논리 없이 부탁과 떼를 쓰고 있는 나를 보았다. 한 시간쯤 대화하고 나서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기회를 쟁취하지 못한 내 자신에 화가 났다. 그리고 나와 우리 제품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상대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근래 들어 가장 아쉬운 미팅을 마치고 십분쯤 걷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것은 원래부터 내것이 아니었다.’ 하긴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허탈하게 누군가의 소개와 추천으로 예고없이 내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나와 우리 제품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덜 되어 있었고 즉시 놓쳤다.

그러고 보면 기회라는 것이 백날 노력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인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점 어딘가에서 불쑥 찾아오곤 하는데 그때 내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가 딱 성장의 가능성인 것 같다. 우리는 머리로는 기회를 항상 바라고 있으면서 정작 그것이 예고없이 찾아 왔을 때 제대로 잡을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소개와 추천을 한 사람은 그 기회를 스스로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기회인데 나는 소개로 쉽게 얻었으니 똑같이 준비되어 있을리 만무하고 같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고로 그것은 원래 내것이 아니리라.

그러므로 깊게 아쉬워할 필요도, 화를 내거나 누군가를 원망할 필요도 없다. 나는 다만 다시금 배우는 것이다. 기회라는 것은 스스로 얻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정성껏 쏟아야 한다는 것을.

갑자기 주어지는 기회는 부응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급조해 마음에 들었다손 치더라도 결국 오랜시간 서로에게 도움되는 비즈니스는 못될 것이다. 그러므로 더 오래 칼을 갈자. 더 쓸만한 무기를 만들어 놓고 우리에게 기회가 왔을 때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도록 내실을 쌓고 있자.

기회가 나를 피해갈 수 없도록 하자. 요즘 깊게 느끼는 것이지만 한쪽이 더 바라는 딜은 무조건 실패하는 딜이다. 남들이 우리를 바라게 하자. 그러기 위해 좋은 제품으로 칼을 갈고 우리 제품을 씀으로써 행복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 놓자. 그것만이 모든 딜에서 대등한 관계를 만드는 길이고, 기회가 어느 상황에서든 절대 우리를 피해가지 않게 하는 길일 것이다.

무리함이 없이 조급함이 없이

일을 하다보면 가끔 꼭 그리되기를 바랬는데 안되었고, 나중에 보니 그리 되었으면 큰일 났을법한 일들이 있다. 그때는 반드시 그리 되기를 바라고 노력했는데 그게 어찌나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고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금 새옹지마다. 결국 인간은 가정하고 노력할뿐, 그 가정과 노력의 결과와 성취들이 어떻게 연결되어지고 그 연결된 것들이 어떤 드라마틱한 상황과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인생으로 엮어지는지는 참으로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먼저 잘된다고 특별히 기뻐할 일도 아니고 대단히 부러워할 일도 아니다. 그저 아웅다웅하며 업앤 다운 겪고 살아가는 과정만이 온전한 행복이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만이 유일한 성취다. 앞으로 더 긴 세월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잘못된 결정과 판단을 하겠지만 그 역시 시간 지나면 오히려 잘된 일이 될 수도 있고, 또 많은 잘한 결정과 성취들이 훗날 돌아보면 잘못 끼워진 단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 그것들을 무엇 하나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물 흐르듯이 맞이하며 살면 되는 것이리라.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무리함이 없이, 빨리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없이.

자격이 있으면 이루리

내가 될 자격이 있으면 되리라. 그간 차근히 준비를 잘 해왔고, 실행을 정직하게 해왔다면 뜻한 바대로 되리라. 그저 과도한 욕심과 망상에 찬 기대만 없으면 되리라. 오로지 현실. 나는 현실만 냉정하게 보고 살아갈 길, 더 잘해 사랑받는 제품, 견고한 조직만 굳건히 지켜내면 되리라. 내가 지금 그 정도도 제대로 못해낸다면 아마 나는 아직도 자격이 없는 것이리라. 때로 시험대가 긴장되는 이유는 내가 준비된 사람인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긴장하지 말고 성적표를 받아들자. 결과는 이미 과정이 다 만들었다. 준비와 고민으로 꾸민 근사한 말로 5점 정도 더 먹을 수는 있겠으나 2, 30점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지는 못한다. 삶의 성패는 이미 하루하루 살면서 다 만들었다. 벼락치기로 갈리는 것은 없고 설사 갈린다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는 일관된 방향성과 지속된 시간에서 나온다. 결국 내가 신뢰할만한 사람이고 정직하게 하루하루 살고있고 명확한 꿈과 성장하고 있는 실력, 바라는 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전혀 부탁하는 입장이 되지 않고도, 떨지 않고도 떳떳하게 이루리라.

성장 = 건강

하루하루가 재미있는 것은 벼랑 끝에 서서 더 이상 내 능력으론 버틸 여력이 없어 그냥 놓아버려야겠다고 느낄 때 바로 그 때쯤. 아주 조금씩 나를 둘러싼 양상의 변화가 시작되고 다시 조금은 숨통이 트이며 희망도 가질 수 있게끔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이 반복되다 못해 일상이 되면 그저 당연한 삶의 모습이자 나름대로 즐기며 살아가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까지 느껴지며 약간은 초연해진다. 그러니 과정의 풍파는 아무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중한 것은 사실은 건강이다. 건강해야 에너지도 있고 에너지가 있어야 모든 상황도 개선할 수가 있으니. 사장과 팀의 건강만큼 스타트업의 롱런과 성공에 중요한 것도 없으리라. 사업의 성장은 시도와 반복에서, 시도와 반복은 투입한 시간에서 나오고, 시간은 버티는 힘에서 나온다. 버티는 힘과 에너지는 결국 건강에서 나온다. 고로 창업팀은 건강을 처음부터, 과정 중에도, 끝까지 언제나 챙기며 가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일상 속 자기관리까지를 포함하여.. 모든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항상 오래 걸리므로.

좋은 제품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 제품 노래를 부른지도 2년. 이제와 깨달은 것이 있으니 좋은 제품도 썩 필요한 것이 아니면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꼭 필요하지 않은 것-그저 있으면 더 좋은 것-도 퀄리티가 좋으면 일단은 선택되고 사용되지만 그 수명이 아주 오래가지는 않는다.

결국 그 수명이 유지되는 동안 수입을 극대화하여 뽑아먹고 다시 다음 제품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그 역시 참 힘들고 지리한 같은 과정의 반복-이라 쓰고 소모라 읽는다-이다.

따라서 소모되지 않고 노력의 댓가를 최대한 오래 누리려면 1) 시장의 필요가 명백히 존재하며 그 필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을 논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 2) 현재 그 필요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이 시장에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나오기 어려울 것 3) BM-돈 벌 방법-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 이 세가지 프레임을 모두 통과해야지 않나 싶다. 그러고보면 새삼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위로가 된다.

어찌했든 제품의 장인 퀄리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수요와 대안의 부재, 그리고 BM의 정교함 이 세가지인 것 같다.

오늘도 숱한 가정(assumption)과 믿음, 전진과 열정, 실패와 변화를 거치면서 또 아주 어렵사리 소중한 배움 하나를 얻는다.

좋은 문제 좋은 버스

회사라는 유기체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가열차게 전진하다가 언젠가 그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때, 내지는 상당히 더 오래 걸릴 거란걸 인지하게될 때 다시 얼마간의 혼란을 겪으며 누군가는 버스에서 내리고 또 누군가는 올라타는 일종의 사이클을 인정하고 감내해야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사이클을 여러번 겪으면서도 여전히 어렵고 괴롭다. 처음부터 문제를 잘못 고르면 열심히 풀고 나서도 다시 버스를 멈추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항상 그 지점을 오래 고민하고 풀만한 능력이 있는 팀을 어렵더라도 삼고초려해 모은 뒤 집요하게 붙들고 제대로 풀어낸다면 다시는 그 버스를 멈추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알게된다는 것

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되니 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예전 같으면 별 생각없이 전속력으로 내질렀을 일들을 너무나 재고 조심스러워하다 흐지부지되는 것을 본다. 아마 지금보다 나이 들고 경험이 쌓이면 더 하겠지. 벌써부터 그런 내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전보다 나의 노력이 아닌 세상의 흐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예전엔 내 노력으로 세상의 흐름에 작은 돌이라도 던져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흐름 찾느라 노력은 시작도 안하니 돌 한 번 못던지고 우물쭈물하다 놓치는 경우가 많다. 참 어려운 일이다. 상황을 주도해야지, 상황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