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배움과 생각할거리들

# 이번 옐로모바일 1억불 투자를 보며 느끼는 점. “큰 판을 차리면 그에 걸맞는 큰 돈은 어디든 있다.” 회사는 업력이 쌓일수록 큰 판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옐로모바일은 몹시 빠르긴 하지만..) 회사가 업력에 비례해 계속 다음 단계로 점프하지 못하면 값어치가 현실적이 되고, 점차 기대에 부풀었던 기업 가치는 추락하고 만다. 언제나 실적+기대가 주가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실적x기대일지도..) 물론 여기엔 건전한 팩트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판을 벌이는 동안 거시 상황의 안정성이라는 운도 필요하고..

# 일본발 게임 기사를 보니 for Kakao 앱이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에 차지하는 비중이 1년만에 13.5% 역성장 했단다. 물론 여전히 70%대로 압도적이긴 하지만 5년 후의 지형을 생각하면 사업 다각화는 지금 카카오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행보구나 싶다.

# 중국의 모바일 동영상 시청이 82%로 세계 1위라고. 한국은 81%로 세계 2위. (영국은 61%, 독일은 53%) 최근 방송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중국은 각 성 별로 안나오는 방송도 많고 해서 인터넷TV로 비디오 컨텐트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정규 방송 대비 휠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 유쿠 같은 비디오 사이트와 국내 방송의 콜라보(SBS와 슈퍼주니어M의 게스트하우스 프로그램 공동 제작) 사례도 나오는게 아닌가 한다. 이 프로는 중국인들이 유쿠에 비디오로 응모해 가장 추천이 많은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대, 슈주의 안내로 관광하는 프로그램인데 응모작 전체의 View 수가 1억 2천만회를 넘었다고. 그럼 유쿠로서도 광고수익 잡혀 좋고 SBS도 슈주의 한류 파워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중국에 팔 수 있어 좋고 한국관광공사는 요우커를 대거 유치할 수 있어 좋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지극히 상업적 콜라보레이션이다.

#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한국 TV 프로의 크레딧이나 스포츠 행사에서 한자 로고 보는게 어느새 익숙해졌다. 중국 회사의 협찬, 중국 방송과의 공동 제작이 줄을 잇는다. 이를 중국 자본의 한국 잠식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바보의 프레임이다.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만난 어느 투자사 대표님은 내게 “요새는 중국에 인수될 수 있는 회사만 투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중국 투자 비중도 연간 천억씩으로 늘렸다 한다. 그분 말씀이 G2 시대에 그 G 중 하나가 우리랑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일본은 또 극도로 싫어해 투자나 인수를 거의 하지 않으며 그 와중에 한국은 삼성, LG 등 훌륭한 회사와 한류로 인해 굉장히 높히 보는 무드가 형성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이것은 관점의 문제다. 한국 기업가로서는 전에 없던 기회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말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앞서 비디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최근에 YouTube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 술 한잔 하며 들으니 비디오 컨텐트도 컨텐트지만 그걸 생산하는 생산자(유튜버라고 불리는)의 가치가 또한 막대하다고 한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게임 방송을 하는 BJ 양띵은 LIVE 되었던 방송을 모아 유튜브에 매일 업로드하고 있는데, 이 영상이 지금까지 3억 5천만회 플레이되었고 양띵이 운영하는 5개 채널 구독자를 모으면 25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그 선배 말이 그 정도 구독자가 있으면 영상 하나 올리는 족족 기백만원의 광고 수익이 있기 때문에(또한 게임 플레이 영상에 시의성이 없어 올려둔 모든 컨텐츠가 꾸준히 돈을 버는 구조) 그야말로 1인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수익은 그뿐 아니라 게임 리뷰, CF, 게임 행사 초대 등 ‘양띵’ 개인 브랜드를 추종하는 250만 구독자, 수많은 아프리카 TV 시청자의 기반 위에서 보다 다채롭게 구성된다. 심지어 최근 CJ E&M은 이같은 개인 유튜버들을 영입해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 프로그램까지 함께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양띵은 물론 대도서관, 대정령 등 주요 게임 BJ들이 CJ E&M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게임넷 정규방송 출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개인이 브랜드인 시대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1분 정도 고민했다. 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널리 즐길만한 어떤 컨텐트를 나는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가? 그렇게 따지니 내가 가진 특별한 재료가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물론 선배는 일상 속 장면을 올리는데서 스타 유튜버는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선배는 구독자가 50명이다. ^^)

# 요새 일과 관계가 있어 광고 시장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또 참 재미있다. 미국은 광고주가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DSP(Demand Side Platform)와 매체가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SSP(Supply Side Platform)가 있고 그 사이에 DSP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DMP(Data Management Platform)와 DMP에 Raw-data를 제공하는 Data Supplier, 그리고 SSP의 남는 지면을 DSP가 실시간으로 입찰(RTB, Real-time bidding)하도록 도와주는 Exchange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규모 자체가 너무 작고, 단가가 싸며, 플레이어가 많지 않아 이같이 광고를 효율화하는 과정이 다 생략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위 구조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모바일 광고로부터 Adlibr같은 SSP가 먼저 등장했고 최근에는 나스미디어의 애드패커와 같은 초기 형태의 DSP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리타켓팅이 PC 기반 광고에서 몇년 전부터 보이기 시작했는데, 모바일 리타켓팅이 이 업계의 이슈이고 리타켓팅 자체가 브라우저 쿠키 기반이기 때문에 아직도 웹과 앱 간의 크로스 리타켓팅조차 완벽하게 동작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온누리DMC의 ‘크로스타겟’ 같은 상품이 등장해 이제 점차 시작되고는 있다.) Real-time 광고 최적화는 앞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상이기에 내년 정도 되면 더 많은 DSP와 SSP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RTB 적용이 가능한 국내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1조 3천억(모바일 포함) 정도이고 이중 효율화에 따른 DSP와 SSP의 수익을 최대 15%로 잡더라도(현실적으론 10% 넘기가 힘들겠지만) 연간 2천억 이내의 시장을 놓고 수십개 업체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체크..

# CPI 광고 시장은 게임 광고주의 꾸준하고 일정한 광고 물량 유입(주로 차트부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CPI 대행사가 어느정도 정리되어 단가가 일정하게 통제되고 있는 점, 일정한 수익이 없는 여타 앱들이 리워드 CPI를 쉽게 가져다 붙일 수 있는 BM으로 선호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모바일 광고가 PC 광고를 할 때 예산의 일부를 테스트하는 용도 정도로 불안정하게 구매되었다면 요즘은 당연히 온라인 캠페인을 할 때 띠 배너 얼마, CPI 얼마 하는 식으로 예산 책정을 하는 정도로 이미 일상적인 매체가 된 것 같다. 시장이 정리되면 살아남은 회사는 돈을 번다.

# 살아남은 회사가 돈을 번다 하니 극장업 사례가 떠오른다. 올해 멀티플렉스 경영진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극장업 수익률이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전국의 극장 체인이 3개로 거의 다 통일됐고, 이들 3개 업체가 경쟁사 상권에 경쟁 출점을 자제하고 일종의 땅따먹기를 하면서 확보한 상권의 관객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들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도 그렇듯 치열한 싸움 끝에 주요 2-3개 업체로 살아남아 서로 어느정도 영역을 인정하면서 내실 다지기 장사를 하게 되면 비로소 수익도 내고 적절히 먹고 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때까진 치열한 전쟁이겠지.

# 언제나 좋은 사람들 만나며 배우는 것이 많아 간단히 정리해 놓는다는게 꽤 길어졌다. 그분들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간접적으로 인용했고 개별 수치나 사안은 어차피 검색해보면 나오니까 일일이 링크 걸지 않았다. 내 배움이야 언제나 허접하지만 그래도 듣고 배운 내용의 일부나마 나누며 살아야 사회적 가치 구현에 조금이나마 도움된다고 믿기 때문에 발품 팔아 배우는 것들을 가끔 공유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배운 것들 좀 공개적으로 많이 공유해주면 좋겠다. 각자 혼자 배우고 혼자 자산화해서는 전체의 발전이 없다. 항상 시간이 너무 없지만 이거 잠깐 기록하고 공유한다고 내 일에 마이너스 되는거 별로 없으므로 가끔이나마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배움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글을 통해 나의 허접함이 언제나 드러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젊고 아직 배울 길이 훨씬 길기에, 뭐 어떤가.

모바일 시대 소형 미디어의 기회

생각해보면 포털이 자기 사업을 10년 전부터 이미 ‘미디어’로 정의했다는데 큰 혜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래픽을 보다보니 알게된 것이겠지마는 기성 미디어는 포털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던 당시로선 분명 선진적인 생각이었으리라.

모바일이 일상이 된 지금 네이버를 보면 검색, 뉴스, 스포츠, TV, 책, 옛날 신문, 잡지, 자동차, 금융, 심지어는 없는 백과사전을 만들기도 하고 일러스트 회사를 사서 개인 작가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이런 컨텐츠를 가두리 양식장 안으로 사서 모으는 데에만 10년간 1,500억 이상이 들었다 하는데 결국 그 혜안이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색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DB 싸움이라고 했는데 DB를 사서 채우고, 없는 DB는 전문가들 섭외해 오랜시간 직접 생산까지 했기 때문에 그렇게 모은 방대한 결과물의 수명이 고작 2-3년 가고 말진 않을 것이다. 하물며 지난 10년간 포털 중심으로 정보 유통 경로를 단일화해 개별 컨텐츠 생산자의 씨를 말려버렸기 때문에 1-20년 아니면 그 이상도 네이버의 세상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러고보면 네이버가 스스로의 미디어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꾸준히 추구해 온 것은 실로 훌륭한 전략이 아니었나 한다. 지금으로 치면 피키캐스트나 인사이트 같은 서비스가 미디어적 가능성을 가진(물론 이미 미디어를 표방하지만) 다음 세대의 서비스들이라 본다.

네이버의 가두리 양식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급하거나 생산한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트래픽을 받는 밸류 체인을 만들수만 있다면 모바일 시대에 장기적으로 영속하는 서비스-이자 미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려면 1) 청중이 선호하는 컨텐트 주제 2) 모바일에 맞는 컨텐트의 형태 3) 안정적인 확산 채널의 확보 이 세가지를 잘 고려해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디어가 되는 서비스의 미래는 찬란하다. 네이버가 LG전자의 2배 넘는 시총을 가진 회사가 되었고 그 확고한 점유율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정보를 소비하는 미디어를 쥐게 되면 항상 넘쳐나는 트래픽을 갖게 된다. 그 트래픽만 있으면 게임, 웹툰, 영화, e북, 앱 무엇이 되었던 유통할 수 있고 다른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검색 싸움은 이미 끝났지만 모바일에서 누군가 작더라도 트래픽이 지속되는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면 오래 살아남는 새로운 인터넷 기업을 만들수 있게될 것이다.

이 미안함을 어찌하리

사업을 하면서, 살면서, 내가 다 책임질수도 없는 만큼 수많은 사람들과 생각없이 하루하루 인연을 맺어온 것들이 시간이 몇년이고 훌쩍 지나 부메랑처럼 다시 나를 찾아와 불쑥 옛 추억을 들출 때, 나는 정말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그것이 분명 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사실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또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끼쳤음에도 나는 여전히 요만큼도 갚아줄 능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한없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나의 30대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그것이 잘못인지 잘 몰랐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기대와 실망, 서운함을 주며 살아왔구나. 책임질 수 있고 최대한 나의 노력으로 보듬을 수 있는 적은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을 오래 유지하고 가꿔가며 살아가려고 한다. 어찌보면 그런 배움과 깨달음을 얻게 한 나의 모든 20대에 감사한다. 남들이 평생을 꿈꾸는 경험들을 20대에 대부분 온몸으로 겪고도 아직 서른이라는데 그나마 조금 위안을 갖는다.

나의 어설프고 무지한 시간을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할뿐이다. 나중에 보면 지금도 그저 어설픈 시간일지도 모르지. 허나 적어도 옛날보단 나을테니 한참을 달려오기는 잘했다.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는 없어.

현재의 앱 시장에 관한 단상

작년 홍콩과 함께 한국이 거의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포화국이 되면서 앱 시장 성장성도 한국이 가장 먼저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올들어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의 주요 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앱 대부분의 최근 6개월 지표가 과거 1년전이나 2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ppannie 데이터상. 링크는 회사들 보호를 위해 일부러 안함.)

해외로 나가면 되지만 한국 앱이라 일단 한국이 어느 정도 트래픽을 받쳐줘야 해외로 쉽게 나갈수가 있는데 본진의 거시 지표 자체가 맛탱이 가면서 개별 지표도 안좋아 해외 feature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까지만 해도 WP, NYT, CNN 등 해외 유수 미디어에 한국 앱이 등장하던 뉴스들이 올들어 대부분 사라짐)

이에 대부분의 앱 개발사들이 현재 비슷한 고민(거시 지표 붕괴와 그에 따른 자기 앱 다운 및 매출 저하, 향후 앱 BM과 이 상황에서 앱 비즈니스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 또 그게 아니라면 뭘할지에 대한 신사업 고민 등)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지표의 하강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기 전까지 최소 1년 반(제품 개선이 아닌 신사업을 포함해 전략 선회가 가능한 최소의 시간) 정도 쓸 수 있는 정도 투자를 받아놓은 회사는 일단 아주 다행한 타이밍을 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훨씬 많을테니 그런 회사들은 일단 이 앱 시장 거시 지표의 추락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시장 포화와 사용하는 앱 고착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 생각하고 전략을 짜는게 중요할 것이다.

일단 간단한 방향성은 이제 mass가 써서 1원씩 버는 앱은 모수가 적어졌기 때문에(사람들이 신규 앱을 다운 안받고 쓰던 것만 쓰고 그마저도 숫자가 점점 줄어가고 있으므로) 불가능하고, 소수의 구매력 있는 매니아 또는 꼭 그 서비스를 써야하는 기업이 높은 객단가를 내는 방향으로 모바일 사업과 제품을 설계해야지 않나 싶다.

mass 제품은 대기업 위주(이다보니 점점 더 고퀄이 되어감) + BM 없어도 계속 운영 가능한 회사(실리콘밸리 자본이 투하되고 있으나 돈 못버는 회사들 like Snapchat) 들의 판으로 바뀌어 가고 이제 퀄리티+인프라+컨텐츠 싸움이라 아이디어가 아닌 자본이 경쟁의 핵심 dimension이 되고 있음.

따라서 스타트업이 mass 제품 만드는게 가능은 하겠으나 경쟁 대기업 제품들이 돈의 여유로움으로 BM 없이 시간의 힘을 믿고 쏟아부을 때 상대적으로 계속 버틸 체력이 없으므로 그런 제품을 만들어서는 시간속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실리콘밸리 대형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사실 제품력보다도 시간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들은 더 오래 느긋이 버틸 힘이 있으므로 반짝 아이디어의 힘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제품이 되기에는 생각보다 약할 수 있음.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지극히 minor, maniac 제품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minor하고 maniac 하더라도 객단가가 높이 나올만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말이다. BM은 첨부터 ‘당연히’ 있어야 되고.

이제는 “유저 많이 모으면 할만한 BM은 아주 많다”는 말은 모바일에서 더 이상 안통한다. 일단 유저가 2-3년 전에 비해 없고(엄밀히 말하면 유저는 있는데 쓰는 것만 쓰고 새 앱 다운도, 관심도 없음) 설사 유저 많이 모아도 처음부터 BM 없었으면 나중에도 별로 없다. 유저 수백만 있다고 생각만큼 BM이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님. 이미 무료로 쓰는데 익숙해져 있는 사용자에게 새로만든 BM 사용 과정 중에 끼워넣기도 어렵고 끼워넣는다 하여 잘 working 할지도 알수없음. 따라서 처음부터 BM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게임이 왜 돈을 잘 버느냐? 처음부터 BM(아이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니까. 단지 재밌어서가 아님.

배우는게 정말 많은데 조금이나마 공유할 시간이 없다. 일단 이렇게나마 근래 한국 모바일 앱 시장의 비상상황과 대안을 간단히 모색해 봄.

네이버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기도 심지어 돈 안되는 모바일 앱에 대한 고민이 많단다. 하긴 네이버라고 언제까지 돈 안되고 앞으로도 돈벌 가망이 별로 없는 앱 화수분으로 퍼줄 수는 없는 노릇.

시장이 다같이 확 커질땐 앱 막 뿌리는 전략일 수 밖에 없으나(뭐가 터질지 모르고 모든 앱들 지표가 대개 양의 방향으로 나오니까) 시장이 포화로 가고 이게 장기화될게 당연시되면 서서히 앱을 거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회사니까 트래픽보다는 당연히 돈일 것이고, 아무래도 고트래픽+BM가능성이 생존 1순위, 저트래픽+BM가능성이 2순위, 고트래픽+BM없음이 현상유지 정도로 있을테고 중저트래픽+BM없음은 과감히 정리하는 시점이 곧 올 것이다. 트래픽 분산 막고 이익 최적화를 위해서.

구글, 애플 등 OS는 점점 앱 영역을 내재화하고 있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대기업은 앞으로 주요 앱에 선택과 집중할 것이고, 스타트업은 이제 저성장 저사용자 기반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머리를 아주 잘 굴려야 한다. 앞으로 생존은 빠른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전략의 문제가 될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MVP(최소기능제품)를 내놓거나(써줄 사람이 지인말곤 없으므로 제대로 된 피드백도 없다. 실험 모수가 적으므로 growth hacking의 근거도 당연히 불분명해진다.) 밤새 개발해 빨리 출시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천천히 잘 고민해서 한수 한수 잘 놓아야 하는 시점이다. 아니면 변죽만 신나게 울리다가 대부분 결국 돈을 못벌어 14년전 버블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미 매출은 있으나 떼돈 벌고 있다는 스타트업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장 거시 지표의 하강은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그널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모바일 스타트업에게 앱만 내면 누구나 잘되던 Phase 1이 끝나고 아주 복잡한 Phase 2가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시장이 모두에게 fair하게 돌아가리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앱 마켓이 플랫폼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메인에 걸려도 트래픽이 크게 늘지 않는다. 개별 앱인 카카오톡이 다른 앱을 퍼블리싱 하는 상황(심지어 근래엔 카카오조차 퍼블리싱 능력이 약화되고 있고). 앱이 앱을 낳으면서 스토어의 퍼블리싱 기능이 크게 약화되어 신생 앱이 attention 받을 기회는 갈수록 사라져갔다. 가만히 지켜봤으나 스토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조하고 있어서 결국 앞으로도 트래픽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될거고 chart boost는 최근 모바일 앱들의 일련의 TV 광고들과 같이 스토어 밖에서 시도될거다. TV 광고의 등장이야말로 fair game의 종말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본다. 14년전 수많은 닷컴들이 경쟁적으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미 모바일도 자본 게임이 됐다는 뜻일테다. 그런 인위적 몸부림이 아니고서야 거시의 저성장을 뚫어내기도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고.

지금 새로 모바일 앱을 내려는 스타트업은 앱을 내면 소비자가 알아주고 앱 마켓이 좋은 앱은 도와주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애초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새 앱이 궁금해 마켓에 들어가지 않고 쓰는 앱만 계속 쓰는데 그마저도 점점 줄고 있다. 더 오래 고민해 만명의 사용자로라도 팀이 먹고 살 수 있을만한걸 출시하기 바란다.

선택의 순간에

무언가 선택을 해야할 때, 하나로 마음을 정한 뒤에 여러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시간이 지나서 보면 다른 하나가 더 옳았음을 느낄 때가 아주 많다. 따라서 성급한 의사결정을 피하고 일부러라도 아이디어나 선택안을 좀 묵혀가며 계속 따져보는 것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아주 중요한 길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이 너무 오랜 선택의 시간을 허락하지는 않으므로 너무 조급함과 너무 느림 사이의 적절한 시간 안에서 결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래서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 일정한 구간 안에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매듭지어야 하는 것은.

그렇게 고민의 고민 속에서 내린 의사결정 속에서도 우린 숱한 실패와 반성을 하곤 하지만 그렇게 한번 두번 계속 이어 반복스럽게 하다보면 전에는 고려 않던 새로운 변수를 추가로 넣어가며 최대한 다방면으로 검토하게 된다. 그러니 실패와 반복은 변수를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 그것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할 변수가 적은 사람이 바로 조급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전략 수립의 밑천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없이 느림을 용납해서도 안된다. 전략가는 자기가 검토해야할 수많은 변수와 자기가 가진 자원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타협하고 일부는 우선순위를 정해 포기할 줄 알면서 한 30%쯤은 아직 확인하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70%의 가능성에 베팅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70%의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더 나은 전략가이자 실행가가 될 것이다. 나머지 30%를 다 보고 가면 늦고, 그렇기에 70%를 너무 naive하게 확인해도 죽는다.

그렇게 잘 실행을 한다면 운의 비중을 일정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운의 영역은 항상 예측 불가능하기에 인간의 의지에 의한 성공률을 극대화하려면 현재 자원으로 확인 가능한 영역의 객관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주관성을 냉철하게 배제하고..

스스로 믿기를

옛날에 회사가 초기였던 7-8년전쯤 어떤 전문가를 소개받아 사업 조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은 사업을 해본 적도 없었고 이론과 남의 사례만 계속 얘기해줬던 것 같다. 근데도 하나하나 곱씹으며 내가 지금 하는 일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했었는데 돌아보면 그 분이 정말 똑똑했더라면 그냥 그 사업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게 더 옳았을 것이다. 이제는 나도 가끔 누군가를 조언하는 위치에 서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어줍잖은 소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점점 더 안하게 된다. 실은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찾아 조언을 구하러 다니지만 문제 자체가 별로거나 풀어도 효용이 작은 경우가 허다할텐데 그걸 제대로 말해줄 선배는 극 초기 단계에서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다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만 만나게 되고 그들은 어떻게든 실력을 보이려 정답도 아닌 답을 강조할지도 모른다. 요는 초기 단계에서 만날 수 있는 선배는 그들조차 완전치가 않으니(오히려 그럴수록 더 “이게 정답이다” 외칠 가능성도 크니)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고 사장 스스로의 판단을 더 믿고 가는게 옳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나에게 조언을 해준 전문가는 여전히 전문가로 잘 살고 있지만 성공한 사업가가 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둘은 길이 다르므로 하는 말도 관점도 서로 다르다. 마켓 전문가의 수려한 해석이 아니라 아이템에 대한 스스로의 깊이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진짜 경험이 쌓일수록 예전에는 모르던 변수가 무지하게 많음을 알게 되기에 점점 더 후배에게 해줄 말이 줄어든다.

감사

자칫 앞이 캄캄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귀인을 만났다. 노력하고 계속하면 좋은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있는 것 같다.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옳은 선택을 했다 기뻐할 수 있도록 나는 잘 실행으로 옮겨야겠다. 사는 것은 항상 모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