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순간을 만나기 위해

좋은 것은 순간이고, 나머지 전부는 그 순간을 위해서 쓴다. 일견 바보같아 보일 수 있지만, 실상 그렇지가 않다. 전부를 쏟은 사람이라야 잠시나마 좋은 순간을 만날 기회라도 얻어볼 수 있다. 그것이 미련해 보인다고 전부를 희생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그런 괜찮은 순간만 종종 있을뿐, 생애 처음 만나는 짜릿한 순간들은 좀체 만날 수가 없다. 생을 주식처럼 높낮이가 있는 그래프라고 할 때, 현재의 기울기와 무관하게 이따금씩 팍팍 치고 오르는 구간을 만들려면 옳은 방향 설정과 고도의 집요함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 자리

별거 아닌줄 알고 작은 수술을 했는데 이것도 수술이라고 끙끙대며 며칠째 집에 누워 있었다. 근데 그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 받고 메일 쓰고 일 처리를 했다. 아파도 당장 의사결정 해주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또 그 일들이 미칠 영향도 너무나 크다. 내가 지금 걱정이 되는 것은 빠른 쾌유도 있지만 그보다도 정신이 맑지 않을 때 내리게 되는 잘못된 혹은 지연된 의사결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금 당장 해야하는 수술이 아니었는데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의사결정들을 최대한 제대로, 최대한 빠르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금 느끼는 것이지만 대표는 아파서는 안되고 아파도 빨리 쾌차해야 한다. 아플 때도 의사결정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참으로 무섭도록 막중한 자리라는 것을 이번 일을 겪으며 새삼 느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모든 것의 시작

좋은 제품을 만드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니! 전에는 몰랐다. 전에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나를 위해 제품을 만든 것 같다. 나의 안위와 나의 성공과 나의 명예를 위해. 그러나 그때는 정말로 행복하지 못했다. 나는 지금 행복함을 느낀다. 내가 내 제품을 사랑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사함과 행복함을 얻는다. 좋은 제품을, 그것을 기뻐하며 써줄 사람들을 위하여 내 시간, 정신 다 쏟아 나와 맘 맞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 사업가로서 정말 없는 것 같다. 아- 나는 왜 그토록 ‘성공’이란 결과론적인 것에만 목말라 그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것은 보지 못했나. 지금에라도 온몸으로 느끼고 깨달음에 감사한다.

건실한 ‘쌈마이’ vs. ‘폼나는’ 빈수레

인터넷 업계만큼 소수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인양 호도되는 곳도 없는 것 같다. 정말 많이 잡아야 한 50명쯤 되는 인물들 중 단 10명만 써도 마치 전국민이 쓰는 서비스인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물론 실제 유저수, 매출 등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오피니언 리더가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이다. 오히려 인터넷 업계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사람일수록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못보고 지나치게 마련이다. 1천만 다운로드 이상 내며 월에 수 억씩 벌어들이고 있는 무명의 서비스가 수두룩한데 이것들은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들의 이너서클에서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것이라면 애써 ‘쌈마이’라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래야만 자기들의 권위와 유식함이 유지되기 때문에.. 참으로 반성할 일이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이 진짜 서비스다. 트위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많아야 50명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앞다투어 올려주는 ‘폼나는’ 서비스들이 아니라. 무조건 시장에 답이 있다. 서비스라면 랭킹에 답이 있고. 타임라인에는 답이 없다. 부디 후배들은 호도되거나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인턴 자리를 구할 때에는

인턴을 할 때는 진짜로 내가 배울 것이 많은 환경인가를 심각하게 따져보고 들어가야 한다. 일단 인턴이 너무 많으면 교훈적이 아니라 교육식이 되고 회사로부터 배운다기 보다는 인턴끼리 대화하며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케이스는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거나 명망 있는 대표님의 지근거리에서(멀리서 가끔 보는게 아니라) 나 혼자 수행하며 그 사람의 생각, 말투, 성격까지 관찰하고 판단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런 기회가 많지 않겠지만 나는 대표를 하고픈 후배라면 반드시 선배 대표를 찾아가 수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료증만 찍어주는 박리다매식 인턴보다는 어차피 시간 쓰는거 좀 덜 유명한 회사라 할지라도 나만 더 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회사에 가는 것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훨씬 좋다고 하겠다.

좋은 조직 구성하기 (1)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갈등은 항상 있지만 이것이 때때로 해결되고 넘어가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그 조직의 건강함을 좌우한다 하겠다. 갈등의 해결은 갈등당사자들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하고 그 이해는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다. 상호 존중은 서로의 실력에 대한 믿음, 출신 공동체와 성장 과정의 문화적 동질감 등으로부터 발현된다. 실력은 처음 뽑을 때는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출신 공동체와 성장 배경이 비슷하거나 예측 가능한 수준의 사람을 뽑는 것이 채용의 위험을 낮추는 하나의 방법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대기업들이 각자 나름의 기업문화와 인재상을 담은 ‘적성평가’를 채용과정에 포함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업 기업은 대기업처럼 적성평가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서로 유사한 공동체 경험과 성장 과정을 겪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좋은 조직을 만드는 첫 단추라고 하겠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요즘 근 5년만에 IR을 하러 댕기면서 옛날에 내가 참 별로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요새는 제법 VC들이랑 대화도 되고 내가 그래도 헛된 시간 보낸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오늘 여러 기관을 상대로 단체 IR을 하면서 보니 내가 아직 참 별로더라.

보면 그런게 있는 것 같다. 딱 내 레벨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들과 그렇지 않은 일들. 5년 전의 나는 한 사람의 VC도 설득하기 힘든 존재였다면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관들을 우루루 모아서 설득을 할 수 있는 단계도 아직 아니다.

언젠가는 또 우루루 모아 대화를 해도 다들 설득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고는 과거의 어설픔을 회상하겠지.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리라. 비록 나의 오늘은 몹시 부끄러웠지만.

첫 술에 배부른 것이 어디 있으랴. 처음 하는데 잘하는 것은 또 얼마나 있으랴.